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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 지체하시는 예수님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23.

지오토 디 본도네, <나사로의 부활>, 1304~6, 이탈리아 파두아 아레나 성당

"예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이르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돌을 옮겨 놓으니 예수께서 눈을 들어 우러러 보시고 이르시되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내가 알았나이다 그러나 이 말씀 하옵는 것은 둘러선 무리를 위함이니 곧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그들로 믿게 하려 함이니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요한복음 11:39~44)

나사로가 병들어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은 곧장 달려가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이틀이나 더 지체하셨습니다. 그 사이 나사로는 죽었고, 장례를 치른 뒤 무덤 속에 묻힌 지 나흘이 되었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예수님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친구가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데 왜 서둘러 오지 않으셨을까요? 왜 꼭 나사로가 이미 썩은 냄새가 날 때까지 기다리셨을까요?

당시 유대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사흘 동안 시신 주변을 맴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나흘째가 되면 영혼이 완전히 떠나가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
절대적인 불가능의 시점’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분이 단순히 병을 고치시는 분이 아니라, 죽음을 깨뜨리고 생명을 주시는 부활과 생명의 주님임을 명백히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마르다는 예수님 앞에서 솔직하게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요 11:39) 마르다의 말 속에는 낙심과 체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요 11:40)라고 말씀하시며, 인간의 불가능을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라고 초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무덤 앞에서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요 11:41) 예수님은 이미 아버지께서 응답하심을 확신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하셨습니다. 그 말씀 한마디에 무덤 속 죽은 자가 살아나 베에 감긴 채로 걸어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코를 막고, 두 손을 들며 웅성거렸습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 기적의 현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르네상스 화가 지오토의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른손을 들어 명령하시고, 마르다와 마리아는 그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합니다. 나사로는 여전히 시신을 감싸던 베를 두른 채 걸어나오고, 곁의 사람들은 썩은 냄새 때문에 얼굴을 가립니다. 죽음의 절망 속에 생명의 빛이 터져 나온 그 순간의 경이로움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하나님이 지체하시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늦은 것 같고,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고, 더 이상 소망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늦으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실 뿐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기대하는 작은 도움을 넘어, 우리 삶 속에 부활과 생명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십니다.

나사로가 무덤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주님이
"나오라!" 하시는 순간이 있습니다. 절망에서, 포기한 자리에서, 죽음 같은 상황 속에서 주님은 우리를 불러내십니다. 그리고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요 11:44) 하십니다. 더 이상 죽음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가라는 부르심입니다.

그러므로 혹 지금 주님의 응답이 지체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 있다면, 낙심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 삶의 주인이시고, 부활과 생명의 권세자이십니다. 때로는 나흘이 지나고 냄새가 나는 시점까지 기다리실지라도,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보게 하시려는 사랑의 지체입니다.

주님은 언제나 가장 정확한 때에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음성이 들리는 순간, 죽은 것 같던 우리의 삶은 다시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