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물 때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앉으셨더니 그들이 먹을 때에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짜오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대답하여 이르시되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 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태복음 26:20~23, 26~28)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 나누신 마지막 식사는 단순한 만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약속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리였고, 예수님의 몸과 피를 통해 새로운 언약이 세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떡을 떼어 주시며 “이것은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셨고, 잔을 주시며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해 흘리는 나의 피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아직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는 구속사의 가장 깊은 비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엄숙한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씀이 선포됩니다.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제자들은 깜짝 놀라며 당황했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기보다, 각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주여, 나는 아니지요?” 믿었던 제자들, 주님을 따르던 사람들, 그 가운데 배반자가 있다는 말씀 앞에 그들은 자신도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 반응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신앙의 길을 걷는다고 해서 결코 자만할 수 없고, 언제든 나 또한 넘어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그림 최후의 만찬에도 흥미로운 일화가 얽혀 있습니다. 다빈치는 예수님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선하고 맑은 얼굴을 가진 청년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어서 제자들을 차례로 그려 넣었고, 마지막으로 가롯 유다의 얼굴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감옥을 돌다가 악인의 전형처럼 보이는 죄수를 발견했고, 그를 모델로 삼아 유다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죄수는 6년 전 예수님의 얼굴을 그릴 때 모델이 되었던 바로 그 청년이었습니다. 순결하고 깨끗했던 얼굴은 짧은 세월 만에 죄와 타락으로 인해 완전히 변해버린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마음을 깊이 흔듭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선과 악의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살아갑니다. 지금은 선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으나, 내일은 죄의 그림자에 휩쓸릴 수도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은 위험한 자기 기만일 수 있습니다. 제자들 역시 그렇게 주님을 따르며 헌신했지만, 결국 어떤 이는 예수를 팔았고, 어떤 이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겸손함입니다. 우리는 언제든 죄에 넘어질 수 있는 연약한 자임을 인정하고, 날마다 주님 앞에 엎드려 은혜를 구해야 합니다. 내 의지와 결단만으로는 결코 선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붙드셔야만 주님 곁에 설 수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반복해서 다가오는 현재의 초대입니다.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떡과 잔을 내밀며 말씀하십니다. “받아 먹으라, 받아 마시라. 이것은 너희를 위한 나의 몸과 피다.” 이 은혜의 식탁 앞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고백해야 합니다. “주여, 나는 아니지요?”라는 두려운 질문이 아니라, “주여, 저를 붙드소서. 오늘도 주님의 은혜로만 살겠습니다”라는 고백이어야 합니다.
다빈치의 그림 속 청년처럼, 선에서 악으로 변해버리는 인생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스스로 의롭다 자만하다가 넘어지는 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직 십자가의 은혜를 붙들고, 날마다 주님의 몸과 피를 기억하며 사는 사람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가 끝까지 믿음을 지키고 주님 앞에 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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