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성경을 펴시고 이사야의 말씀을 읽으실 때, 그분의 사역의 방향과 목적이 선포되었습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누가복음 4:18~19)
이 구절은 단순히 육체적 치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눈이 멀어버리면 세상을 보지 못하듯, 우리의 내면이 깊은 상처로 가려지면 영적인 눈도 닫혀 마땅히 보아야 할 것들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눈먼 자가 다시 보게 된다”는 말씀으로 내적 치유의 본질을 드러내셨습니다.
내적 치유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치유라고 하면 육체적 질병의 회복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내적 치유는 더 깊은 차원의 회복입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 관계의 실패, 죄책감, 학대나 거절, 배신 같은 경험들이 우리의 영혼과 감정, 기억 속에 자리 잡아 현재의 삶을 묶어버리곤 합니다. 이런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깊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삶을 왜곡시키며, 하나님을 향한 시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내적 치유는 그 상처가 예수님의 손길 아래 드러나고 회복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 치유는 “딥 힐링(Deep Healing)”이라고도 불리며,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의 치유보다 더 근원적인 회복입니다.
이사야 61장 1절은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라고 하셨습니다. 왜일까요?
마음이 상하면 눈이 멀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우리 안의 시선을 빼앗아버립니다. 과거의 고통에 사로잡혀 앞을 보지 못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약속을 보지 못하며, 자신과 타인을 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내적 치유는 곧 ‘영적 시력의 회복’입니다. 다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치유의 원리: 예수님은 영원토록 동일하십니다. 히브리서 13장 8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우리의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깊은 곳에 묻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조차 예수님은 아시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때의 상처를 만지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내적 치유의 놀라운 비밀입니다.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성폭행의 상처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받은 아픔으로 인해 내면이 깊이 얽혀 있었습니다. 상담과 기도 가운데, 하나님은 뜻밖의 한 장면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속 작은 방울토마토와 짧은 편지, 그 안에 담긴 사랑을 그는 그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랑을 기억하는 순간, 그의 마음에 얼어붙어 있던 원망과 고통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예배 중 떠오르던 환상과 외모에 대한 강박도 사라졌습니다. 그는 진정한 여성성을 회복하고, 더 이상 과거의 상처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주님께 삶을 완전히 드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손에 쥔 돌과 같습니다. 그것을 내려놓아야 주님이 만지실 수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움켜쥔 채 “왜 치유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내적 치유의 시작은 그 돌을 내려놓는 결단, 곧 믿음과 헌신입니다.
치유받은 자는 치유의 통로가 됩니다. 육체의 병이 고침을 받는 것도 귀한 은혜이지만, 내적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더 근원적인 회복입니다. 상처 입은 사람은 치유받을 때, 같은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치유받은 자를 다시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통로로 사용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선포하신 말씀은 단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현재의 선언입니다. 주님은 여전히 상한 마음을 고치시며, 영적으로 눈먼 자들을 다시 보게 하십니다.
혹시 아직 치유되지 못한 내적 상처가 있습니까? 그 상처를 붙들고 있지 말고, 오늘 이 순간 동일하신 예수님께 내어드리십시오. 주님은 과거를 넘어 현재에 임하시어 우리를 자유케 하십니다. 그리고 치유받은 우리를, 다시 누군가의 치유의 통로로 세우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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