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사무엘상 7:12)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으십니까? 어느 날 문득, 그들의 걸음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팡이를 짚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굽은 어깨, 예전보다 짧아진 보폭, 발끝에 실린 무게, 그리고 말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걸음. 그것이 세월의 흔적이고, 인생이 지나온 길이며, 동시에 하나님이 이끌어 오신 은혜의 표식이라는 것을 마음이 먼저 깨닫게 됩니다.
부모의 등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걸어온 세월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난과 눈물 속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 등은 삶의 무게만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책임, 기도, 사랑, 그리고 보호를 품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부모의 존재를 “영광의 관”이라 표현합니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엡 6:2)
부모의 등은 그 공경의 이유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그 등에는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기도가 배어 있고,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던 헌신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버티고, 이만큼 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등이 우리를 막아 주고 지켜 준 보이지 않는 울타리였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만큼 아름다운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그 걸음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함께 버텨낸 밤과 낮, 손을 놓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언약, 서로의 삶이 서로의 닻이 되어 준 세월을 말해 줍니다.
그들의 보폭이 닮아가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서로의 부족을 덮어 주며 살아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은혜의 리듬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한 가정을 붙드시고 이끄신 시간의 증거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으나 하나님은 늘 그들의 손을 붙들고 계셨고, 그들의 가정 중간에 서서 폭풍을 막는 방패가 되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삶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믿음의 눈으로 보면, 그 뒷모습은 단순한 노쇠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드러내는 창문입니다.
그 등은 말합니다. “하나님이 여기까지 인도하셨다.” “힘겨운 날에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은혜가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인생은 앞에서만 배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뒷모습에서도, 심지어 굽은 등에서도 우리는 복음을 배웁니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부모님의 등에 기대 살아왔으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그 굽어가는 등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벅차오릅니다.
그 등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사랑은 배워야 하는 것이다. 가족은 서로를 붙잡고 견뎌 주는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선물이다. 하나님이 주신 관계는 허투루 대할 것이 아니다.'
성경도 이렇게 말합니다. “그날까지 너희를 붙들어 주시는 이는 신실하시다.”(고전 1:8~9)
부모의 등은 바로 이 말씀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붙드시고, 넘어지지 않도록 세워 주셨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이 됩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본 늙어가는 부모님의 등은 언젠가 우리의 모습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자녀에게, 후손에게, 공동체에게 누군가의 울타리, 기둥, 경계,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헛되이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어떤 등을 남길 것인가, 어떤 믿음의 흔적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진실하게, 충성스럽게 살아갈 때 우리의 등도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주는 표식이 될 것입니다.
늙어가는 부모님의 등을 바라보며 마음이 시렸던 날, 그 시림은 단지 슬픔이 아니라 깨달음이었습니다. 부모의 등은 시간을 지닌 공간이었다는 것, 그 등은 우리를 보호한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는 것, 그 등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배웠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그런 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삶의 뒤에서, 앞에서, 그리고 곁에서 우리를 지켜 주십니다. 우리가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뒷모습에서도 그분의 은혜가 보이도록 인도하십니다.
“주여, 내 삶의 뒷모습에서도 주님의 은혜가 보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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