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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다정한 사람 - 이 근사한 사람이 나구나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1. 6.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불안했고, 가장 흔들리기 쉬웠던 시기였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고, 확신이라고 부를 만한 건 손에 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과 일에서 우리가 가장 빠르게 자라던 때가 바로 그때였습니다. 왜 그랬을까, 실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자신감이 넘쳐서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 곁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종일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마 집으로 갔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가고 싶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냄새가 났습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소파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엄마는 여느 때처럼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웃집 얘기, TV에서 본 드라마 이야기, 마트에서 배추가 싸더라는 이야기 등, 그녀는 대답도 거의 하지 않고 멍하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이 조금씩 가라앉았습니다. 문제는 그대로였는데, 마음은 덜 무너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녀를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것밖에 못 했어?”라고 묻지도 않았고, “그래도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라며 섣부른 위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대로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시선 속에서 그녀는 잠시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꼭 강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과 돌아갈 수 있는 곳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회복되면, 그녀는 메모장을 꺼냅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해줬던 말을 적습니다. 한 번은 같이 일하던 동료가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너 진짜 끈기 있는 거 알아?”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체력이 진짜 좋아. 다들 지칠 때 혼자 끝까지 가더라.” “너랑 있으면 괜히 힘이 나.” “넌 결국 뭐든 해내더라.”

예전 같았으면 웃고 넘겼을 말들이었습니다. ‘아니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그렇게 스스로 깎아내리며 흘려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적어 놓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말들이 그녀가 무너질 때 그녀를 붙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부정확합니다. 감정이 흔들리면, 그동안 해온 것들은 모두 지워버리고 못한 것만 떠올립니다. 그럴 때 타인의 눈은 거울이 됩니다. 왜곡되지 않은, 비교적 정확한 거울이 됩니다.

예전의 우리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진짜로 몰라.” 그래서 일부러 혼자가 되었습니다. 설명하기 귀찮고, 이해받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립 속에서 우리는 더 작아졌습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 우리 안의 가능성도 함께 축소되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보는 나’보다 ‘내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나’가 더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들은 나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없는 장점을 만들어내지도 않습니다. 다만 내가 지쳐서, 혹은 겁이 나서 잊고 있던 부분을 대신 기억해 줄 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다시 일어날 때 발판이 됩니다.

자존감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닙니다. 자존감은 혼자서 쌓아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자존감은 때로 관계 속에서 발견됩니다. 나를 아끼는 사람의 시선, 나를 정확히 바라봐 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건네준 문장들을 다시 꺼내 읽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믿어보기로 합니다. “이 근사한 사람이 정말 나일지도 몰라.”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작아졌던 마음이 다시 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은 몰라도 괜찮다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그러니, 외면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참 간사합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가, 또 다른 말 한마디에 다시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일희일비가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그러니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말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칭찬을 의심부터 하지 말고,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지도 마십시오. 믿고, 받아들이고, 적어두십시오. 그리고 마음이 약해질 때 그 메모를 꺼내 읽어 보십시오. 그 말들을 모아두는 일은 나를 지켜내기 위한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반복될수록, 당신은 더 단단해지고 동시에 더 유연해질 것입니다.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 사람, 넘어지되 다시 일어나는 사람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