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 있는 자는 말이 적고 명철한 자는 정신이 맑으니라.”(잠언 17:27)
사람의 마음에는 독특한 성향이 있습니다. 눈앞에서 너무 자주 보이는 것은 금세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은 금세 가벼워집니다. 반대로, 자주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마치 멀리 떨어진 산이 더 크게 보이고, 떨어져 있는 달이 더 신비로워 보이듯 말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든,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면 단지 삶을 깊이 있게 살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든 적당한 ‘거리 두기’는 지혜입니다. 가치 있는 것일수록 함부로 앞에 내보이지 않고, 쉽게 소모되지 않게 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을 멀리서 볼 때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모든 모습을 보고, 사소한 버릇까지 목격하게 되면 그 위대함이 금세 희석되곤 합니다. 보이지 않을 때는 사자처럼 느껴졌던 사람도, 막상 눈앞에 나타나면 생쥐처럼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시선 자체가 피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영혼에 감추어진 깊이를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표면을 보고 판단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진짜 본질, 진짜 능력, 진짜 인격은 막 드러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많이 보여줄수록 가치는 떨어집니다. 어떤 보석도 계속 눈앞에 굴러다니면 결국 돌멩이처럼 취급됩니다. 귀한 것은 숨겨져 있을 때 귀합니다. 돈보다 귀한 보석이 금고 속에 있고, 역사적인 유물도 전시장에서 유리케이스에 들어 있는 이유는 그 가치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원리를 자신에게 적용하지 못합니다. 칭찬받고 싶어 자주 나타나고, 인정받고 싶어 자신을 계속 드러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치가 소모되고 자신의 존재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고 맙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은 자랍니다. 사람들의 기억에는 묘한 법칙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동안, 그 사람의 이미지는 더 크게 자라납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미화되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는 실제보다 더 깊은 인상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신비로움’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입니다. 자주 드러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가 없더라도 그의 영향력을 느끼며, 그의 행적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며 추억하게 됩니다.
예수님조차 군중과 거리를 두셨습니다. 성경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요구가 아무리 커도 모든 군중과 항상 함께 계시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산으로, 때로는 광야로, 때로는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셨습니다. 그분의 신비로움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명의 순수성과 본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빛은 너무 가까우면 눈을 멀게 하고, 너무 익숙하면 주변과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빛이 빛으로 남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와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사람 앞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세우십시오. 궁극적으로, 대중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더 중하게 여기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에게 노출될수록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재단하려 하고, 우리의 가치를 평가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만 서 있는 사람은 사람이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고, 인정받아도 교만해지지 않고, 모욕을 받아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대중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외로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신비로움은 교만이 아니라 절제입니다. 신비로움을 지키는 것은 자기를 과시하지 않기 위한 절제이고, 가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한 지혜이며, 하나님의 시간과 방식대로 쓰임 받기 위해 자신을 준비하는 영적 행위입니다.
보여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강합니다. 드러나는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귀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기보다 먼저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더 깊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중과 거리를 유지하십시오. 그곳에서 당신의 존재는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귀해질 것입니다.
'잠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악인의 제물은 왜 가증한가 - 하나님이 받지 않으시는 예배에 대하여 (0) | 2025.11.20 |
|---|---|
| 지혜로운 자의 집에 머무르는 향기 (0) | 2025.11.18 |
| 작은 쾌락의 덫, 영혼의 자유를 빼앗는 달콤함에 대하여 (0) | 2025.11.15 |
| 공의를 즐거워하는 사람, 공의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 (1) | 2025.11.14 |
| 실질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라 (0) | 202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