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라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 디도는 한동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로도 섬에서 체포되었고,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은 마치 잘못 전달된 소문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감옥에서 도착한 그의 편지는 분명했고, 그 안에는 생의 마지막에 가까운 자의 담담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실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기록하던 바울의 여정, 특히 첫 번째 전도 여행인 갈라디아에서의 이야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는 디도에게 원고 뭉치를 보내며 말했습니다. “디도여, 이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되네.” 그 말은 유언과도 같았습니다.
디도는 안디옥에서 자랐고, 다소의 바울과는 친구이자 동역자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울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에 디도는 늘 한 걸음 비켜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전도 여행에는 동행하지 못했고, 두 번째 여행에서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디도는 처음에는 이 기록을 이어가는 것이 옳은가 망설였습니다. 오히려 디모데가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바울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그리스에서 보낸 세월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디모데의 답장은 디도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형제여, 이야기를 가장 잘 기록할 수 있는 이는 이야기를 겪은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지켜본 사람입니다.” 그의 말은 마치 그림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캔버스 한가운데 서 있는 화가는 정작 자신의 그림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몇 발짝 뒤로 물러선 사람은 구도와 흐름,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디모데와 실라는 바울의 곁에서 숨 쉬며 사역을 감당한 사람들이었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기록자에게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디도는 바울이 그리스에서 보낸 시간을 기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부름에 가까웠습니다.
디도가 바울의 여정을 기록할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디도는 안디옥교회가 가장 격렬한 혼란을 겪던 순간, 그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안디옥을 방문했을 때, 교회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불길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새인, 블라스티니우스 드라크라크마가 문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는 이방인 신자들에게도 할례와 율법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복음의 본질을 뒤흔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바울은 천여 명의 회중 앞에서 베드로를 꾸짖었습니다. 그 장면은 아직도 디도의 눈에 선합니다. 존경받는 사도 베드로, 예수의 수제자가 공개적으로 책망받는 일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 사건은 결국 예루살렘 회의로 이어졌고, 디도는 바울과 바나바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열두 사도가 이방인을 향한 복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서신을 작성할 때, 디도 역시 그 자리에 증인으로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복음은 타협으로 지켜지지 않으며, 침묵으로 보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블라스티니우스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예수의 제자라 불렀지만, 실제로는 율법을 복음보다 앞세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복음을 무너뜨리는 방식은 노골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교묘했고, 집요했습니다.
바울이 두 번째 전도 여행을 떠나자,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개적인 논쟁이 아닌, 비밀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믿지 않는 자들, 이른바 ‘칼잡이’들을 사주하여 바울을 제거하려 했습니다. 복음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난 적대자가 아니라, 신앙의 언어를 사용하는 왜곡된 열심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디도는 이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실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바울의 사역이 오해 속에 묻히지 않도록, 그리고 복음이 어떻게 사람의 손에 의해 왜곡되고, 또 어떻게 하나님의 손에 의해 지켜지는지를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디도는 바울과 디모데가 예루살렘을 거쳐 안디옥으로 돌아오는 지점에서 이 이야기를 마치려 합니다. 그곳은 한 여정의 끝이자,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디모데가 이어갈 것입니다. 에베소로 향하는 길에서 시작되는 세 번째 전도 여행은 또 다른 증언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록은 단순한 회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리를 다음 세대에 건네는 행위이며,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설교인 것입니다. 실라는 죽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디도는 그 이야기를 다시 숨 쉬게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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