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선교여행의 출발점인 소아시아 루스드라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바울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기억이 얽힌 장소였습니다. 복음을 전하다 돌에 맞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날의 상처가 아직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그 땅을 떠나며 복음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복음은 언제나, 상처를 남긴 자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출발을 앞둔 새벽, 짐을 둘러싼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디모데가 보따리를 풀어 헤치며 투덜대는 장면은 사뭇 인간적입니다. 상하기 쉬운 음식, 유대인 율법에 어긋나는 양식들은 단순한 식량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선교여행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고하는 징표였습니다.
실라와 디모데의 말다툼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대비가 숨어 있습니다. 요한 마가는 이전 여행에서 중도에 돌아갔습니다. 이유는 성경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길의 험함과 부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디모데는 달랐습니다. 그는 짐의 무게를 계산하면서도, 그 짐이 상징하는 사명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이었습니다. “등이 부러진 채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닙니다. 복음을 따르는 길은 언제나 ‘편안함’과 ‘사명’ 사이의 선택을 요구합니다. 디모데는 아직 젊었지만, 그 선택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를 보고 이 사람은 도망치지 않을 사람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바울이 제우스 신전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장면은 이 이야기의 가장 깊은 대목 중 하나입니다. 그곳은 자신이 돌에 맞아 쓰러졌던 자리였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장소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자리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돌에 맞은 보람이 있었어.” 세상 기준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입니다. 고통에는 보람이 없다고 우리는 배웁니다. 그러나 바울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자신의 피 흘림을 통해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가 생겨났다면, 그 고통은 헛되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복음의 역사 속에서 고난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생명의 씨앗이었습니다.
루스드라를 완전히 벗어났을 때 바울이 내뱉은 한숨 섞인 말은 또 다른 현실을 보여 줍니다. “이제야 수배자 신세를 벗어나는군.” 사도는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두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는 두려움보다 부르심을 더 무겁게 여겼을 뿐입니다. 신앙이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길을 떠나는 용기입니다.
한편, 같은 시각 안디옥에서는 또 다른 긴박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서신, 그리고 그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절박함입니다. 바울의 위치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는 기꺼이 길을 나섭니다. 말 한 필을 마련하기 위해 교회 전체가 힘을 모읍니다. 여기에는 초기 교회의 중요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명은 개인의 열심으로만 감당되지 않습니다. 공동체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누가는 의사였습니다. 로마 시민권자였습니다. 사회적 신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위대하게 만든 이유는 아닙니다. 그 모든 조건을 복음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삶은 의미를 얻었습니다. 그는 편지를 들고, 위험한 길을 향해 말을 몰았습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디도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갈림길마다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오.” 이 말은 단지 여행길의 안전을 위한 기도가 아닙니다. 복음의 길은 언제나 갈림길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향이 쉬운 길인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는 늘 다릅니다. 그래서 신앙은 끊임없는 분별을 요구합니다.
이 이야기는 위대한 사도들의 영웅담이 아닙니다. 짐을 둘러싸고 다투고, 두려워하고, 상처를 기억하며, 그래도 떠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평범함 속에서 복음은 전진합니다. 누군가는 짐을 내려놓고 떠나지만, 누군가는 그 짐을 다시 묶어 짊어집니다. 역사는 언제나 후자의 사람들을 통해 이어져 왔습니다.
루스드라에서 시작된 두 번째 선교여행은 그렇게, 무거운 짐과 더 무거운 사명을 함께 짊어진 사람들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복음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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