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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마지막 날들 - 사랑이 남긴 일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2. 18.

사람은 어떤 소식을 들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무슨 일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는 그렇게 일기에 적었습니다. 그러나 짐작과 현실은 전혀 다른 무게로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진료실의 굳은 얼굴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라는 말, 네 사람이 동시에 흘린 눈물은 세상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의학의 언어는 단정했고, 그 단정함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연약했습니다.

그는 왜 지금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
집에서 죽어도 될까요?” 이 질문 하나에 그녀가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겼는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치료의 가능성보다, 시간의 연장보다, 마지막 순간을 어디서, 누구와 맞이할 것인가가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에서도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날 오후, 그들은 약을 모두 버렸습니다. 약은 희망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구토했고, 그는 울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애썼고, 그는 소리 내어 무너졌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보다 남겨질 사람이 더 크게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떠나는 이는 이미 많은 것을 정리했지만, 남는 이는 이제부터 감당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며 두려워합니다.

다음 날, 그들은 장례식 찬송가, 부고 기사의 단어들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은 이상할 만큼 일상적입니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순서를 정하는 그 평범한 작업 속에서 죽음은 오히려 구체적인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는 이 일을 미루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
지금 해야 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죽음을 앞둔 사람은 시간을 미루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이 작업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력이 다해 잠들기 전, 그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
재미있었지요? 우리 함께 일한 것이.”

그 질문에는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쇠약해진 몸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
함께”라는 단어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장례에 입을 옷을 고르는 대화는 담담했습니다. 흰색 살와르 카미즈. 가장 건강해 보였고, 가장 예뻐 보였던 순간의 옷. 우리는 마지막을 준비할 때 가장 빛났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죽음은 삶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그날 밤, 그는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강아지의 재를 그녀의 무덤에 뿌리겠다고, 그녀는 웃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웃음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사랑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줍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사랑의 언어까지 빼앗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기억을 나누었습니다. 여행, 시, 산책, 낭독, 그리고 침대 위에서의 수많은 오후들, 기억은 마지막까지 인간을 인간답게 붙잡아 줍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억조차 감당하기 벅차지면 그녀는 말했습니다. “
이제 그만.”

죽음은 점점 더 육체적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그녀를 씻기고, 안고, 눕혔습니다. 사랑은 이 지점에서 가장 적나라해집니다. 존엄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연약함을 끝까지 감싸 주는 손길 속에 있습니다.

그녀는 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
내가 죽을 때 내 옆에 있어 줘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죽는 것은 간단해요. 가장 나쁜 것은… 헤어지는 일이에요.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그녀는 그의 눈을 놓지 않았습니다. 깜박이지 않는 큰 갈색 눈으로, 사랑과 두려움이 동시에 타오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선이 마지막 언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이름을 부르던 입술은 점점 움직임을 잃었고, 미소는 입꼬리에만 남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손짓으로만 작별을 했습니다. 죽음은 말을 가져가지만, 관계의 흔적은 끝까지 남깁니다.

마지막 말은 짧았습니다. “
좋아요.” 그날 밤, 그녀는 눈을 뜬 채로 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입맞춤을 했고, 그녀는 마지막 힘으로 그 입맞춤에 응답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사랑은 서로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열두 시간 동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폐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을 지켜보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을 감겨 주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이 글은 끝까지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마지막 날들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누구의 눈을 바라보며, 어떤 말로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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