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움과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면서 사느니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영혼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 여겨 죽어서 편히 쉬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내 상태를 부러워할 만큼 암울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이 시가 부르는 대상은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 삶은 충만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며, 얻지 못한 것들인 돈, 아름다움, 사랑을 끝없이 갈망합니다. 삶은 선물이 아니라 결핍의 목록이 되고, 하늘은 축복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짓누르는 “거친 하늘”이 됩니다. 이때 삶은 더 이상 살아낼 이유가 있는 시간이 아니라, 차라리 끝내고 싶은 무거운 짐이 됩니다.
우리는 이 고백이 낯설지 않습니다. 신앙 안에 있으면서도, 혹은 신앙을 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 “저 사람의 삶이 내 삶보다 낫지 않은가?” “이 정도면, 차라리 쉬는 게 더 복 아닐까?” 살아 있으나 살아 있음이 기쁨이 되지 못하는 상태, 이것이 이 시가 말하는 비참함입니다.
시 속의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죽음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삶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드러내는 고백입니다. 삶이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과 은혜가 아니라, 비교와 결핍과 자기연민의 무대가 될 때, 사람은 죽음을 도피처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성경이 말하는 죄의 무서움은 단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삶을 삶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눈의 병듦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오늘을 “견뎌야 할 형벌”로 여기게 만드는 상태, 이것이야말로 참된 비참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말은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이것을 알라…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이 장면은 묘비명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복음의 언어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자기 운명을 벗어던지고, 타인의 운명을 대신 짊어진 존재가 있습니다. 외투를 바꾸어 입는 장면은 성경이 말하는 대속과 전가의 이미지입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네가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 하던 그 삶, 내가 대신 입겠다. 그리고 너는 내가 누리던 것을 입어라.” 이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건네는 말이라기보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인생을 “운명”이라고 부릅니다. 바꿀 수 없고, 감내해야 하며,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복음은 말합니다. 우리는 운명을 입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은혜를 입고 사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외투인 죄, 절망, 실패, 죽음을 입으셨고, 우리는 그분의 외투인 의, 생명, 아들 됨, 소망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이란, 내 삶의 조건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바뀌는 것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더 이상 그것이 나를 짓누르는 거친 하늘이 아니라, 은혜가 덮인 하늘이 됩니다.
이 묘비명은 죽은 자의 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를 살리기 위한 말입니다. “내 삶이 너무 비참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지점에서, 복음은 묻습니다. 정말 네가 가장 비참한 자입니까? 아니면, 이미 네 짐을 대신 지고 누워 계신 분이 있습니까? 묘비 앞에서 우리는 삶을 다시 배웁니다. 죽음을 부러워하던 눈을 거두고, 죽음을 이기신 분의 외투를 입고, 다시 오늘을 살아가도록 부름받습니다. 살아 있음은 저주가 아니라, 이미 외투가 바뀐 자에게 주어진 은혜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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