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야고보서 1:22)
많은 목회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말씀을 따라 살아야지, 경험을 의지하면 안 됩니다.” 언뜻 들으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간과하기 쉬운 신앙의 본질적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말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성경을 펼쳐보면 그 안에는 믿음의 조상들이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의 눈물, 고난, 인내, 그리고 하나님을 만난 체험이 말씀 안에 녹아 있습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믿음의 길이 어떤 길인지 배우고,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올바른지 확인하게 됩니다.
“공부”란 경험의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는 “성경공부”라 하면 책상에 앉아 이론을 배우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공부’(工夫)라는 말은 단순한 ‘study’가 아니라, ‘일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한자 ‘工(공)’은 일, ‘夫(부)’는 성인 남자, 곧 일꾼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공부는 ‘워커(worker)’의 삶, 곧 시간과 노동을 통해 쌓아가는 경험의 과정을 가리킵니다.
중국어에서는 ‘시간이 있습니까?’를 “요메이요 꽁푸(有沒有工夫)?”라고 묻습니다. 공부가 시간의 의미로 쓰인 이유는, 참된 공부는 반드시 시간을 써야 하는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공부란, 단지 말씀을 암송하고 교리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삶 속에서 말씀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의사가 되려면 학교에서 의학을 배우지만, 그것만으로는 의사가 되지 못합니다. 수년의 수련과 임상 경험을 통해서만 환자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책상 위의 해부학이 아니라 숨 쉬는 사람을 대하는 실제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영적 세계도 같습니다. 말씀을 머리로만 배우는 사람은 해부학 실험실에 있는 예비 의사와 같습니다. 그는 “의학도”일 뿐이지 아직 “의사”는 아닙니다. 오랜 임상과정이 있어야 진짜 의사가 되듯이, 말씀을 실제의 삶에서 겪고 체험해야 참된 신앙인이 됩니다.
말씀은 경험을 통해 능력이 됩니다. 말씀은 단지 ‘지식’으로 있을 때는 생명력을 잃습니다. 그 말씀이 내 삶 속에서 고난과 눈물, 기다림과 순종의 경험을 통과할 때, 비로소 그것은 능력이 되어 다른 사람을 살립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은 특정 세대의 단회적인 역사였습니다. 홍해를 건너는 기적, 만나를 먹는 경험은 다시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의 의미는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그것은 홍해를 건너는 경험의 재현입니다. 사단의 영역을 벗어나 하나님의 품으로 옮겨지는 체험입니다. 또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실 때, 그것은 광야의 만나를 먹던 그 경험이 지금 내 안에서 반복되는 것입니다. 만나는 사막의 생명줄이었듯, 예수님은 오늘 우리의 영적 생명을 지탱하는 하늘의 양식입니다.
개인의 경험이 공동체를 살립니다. 경험은 결코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모든 믿음의 경험들이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기록된 것처럼, 우리의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생명과 위로가 됩니다.
내가 눈물로 쌓은 고난의 시간들이 다른 사람에게 믿음의 길을 보여주는 지도가 됩니다. 바울이 말한 것처럼, “우리도 여럿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고, 각 사람은 서로 지체”(롬 12:5)입니다. 지체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아픔과 경험은 곧 공동체의 경험이 됩니다.
경험은 성령의 학교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방식은 언제나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그분은 말씀을 단지 지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삶의 사건들 속에서, 때로는 꿈과 깨달음 속에서 살아 있는 현실로 풀어내십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두면, 어느 날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하나님이 세밀하게 일하고 계심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말씀은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야 할 현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경험을 통해 말씀은 살이 됩니다. 말씀은 체험될 때 비로소 살이 됩니다. 경험 없는 신앙은 머리만 자라난 신앙이고, 경험 없는 교리는 힘을 잃은 검(劍)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이라는 실험실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현실로 증명해내길 원하십니다. 고난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 실패의 시간 속에서 말씀이 나를 새롭게 하고, 나를 살리며, 나를 통해 다른 이들을 살립니다.
성경은 단지 ‘기록된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의 인생 속에 써 내려가신 경험의 책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 말씀은 여전히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계속 기록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 속에서 체험된 경험이 말씀 가운데 조명되어 영혼을 살리는 살아있는 능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령과 기름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령, 인격이자 능력이신 하나님 (0) | 2025.11.08 |
|---|---|
| 성령의 역사, 왜 교회 안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을까 (0) | 2025.11.06 |
|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예배 - 레위의 세 아들에게서 배우는 영성 (0) | 2025.11.01 |
| 성령의 음성을 듣는 지혜 (1) | 2025.10.24 |
| 성령의 언어를 배울 때 살펴야 할 점 (0) | 2025.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