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들은 평생 무언가에 쫓기듯 삽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고, 더 높이 올라야 할 것 같고, 더 인정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배가 부른 것 같은데도 자꾸 허기가 지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물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목이 마른 것 같은 그 묘한 불편함,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결핍감'이라 부르고, 철학자들은 '허무'라 이름 붙이지만, 정작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말합니다. "왠지 모르게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러나 아주 드물게 그 갈증이 사라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의 한 중견 회사에 다니던 40대 직장인 이야기입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차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아이들 학원비도 꼬박꼬박 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이상한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냉장고를 열었다 닫고, 핸드폰 화면을 켰다 껐다 했습니다. 아내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냈고, 사소한 일에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는 정확히 몰랐습니다. 다만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만 선명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를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심리적 갈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물질적으로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지만, 마음속 항아리는 오히려 더 빠르게 비워지는 시대입니다. 갈증은 가난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시점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복잡한 것들을 내려놓고 강원도 산골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쳤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2년을 살았습니다. 아침이면 산에 올라 땔감을 주워 왔습니다. 저녁이면 나무를 태워 방을 데웠습니다. 인터넷도 느렸고, 만날 사람도 없었고, 이룰 것도 없었습니다. 도시에서라면 견딜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짜증이 줄었습니다. 불평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에서, 그는 오히려 처음으로 가득 찬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욕망의 자극이 줄어드니, 결핍의 감각도 함께 줄어든 것입니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부족할 것도 없었습니다. 채워야 할 목록이 없으니, 마음이 자연스럽게 지금 이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훗날 그는 대전 변두리의 작은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연탄을 때는 집이었습니다. 겨울이면 연탄 갈기가 하루 일과의 일부였습니다. 이웃들은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몸은 가난했지만 마음은 늘 부자였어요."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모든 것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뜨는 해, 저녁에 지는 달, 계절마다 바뀌는 산의 빛깔과 들의 냄새, 그것들이 전부 자신에게 속한 것처럼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무소유의 역설이었다. 아무것도 갖지 않으려 하자, 오히려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도 '소유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더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질수록, 지금 가진 것의 가치는 오히려 낮아 보입니다. 반대로 욕망의 긴장이 풀릴 때, 지금 이 순간이 충분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명상을 오래 공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 '사라짐'은 대단한 깨달음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이 조용한 어느 아침, 자신이 더 이상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다는 것을 문득 알아챈 것에 가깝습니다. 구름이 걷히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닙니다. 하늘을 가리던 구름이 걷혔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응어리들, 풀리지 않던 감정의 매듭들이 서서히 녹아 사라집니다.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욕망과 집착의 무게를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 깊은 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고요함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새로 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갈증이 없는 삶이란 무감각한 삶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끼는 삶입니다. 봄 햇살의 따뜻함, 빗소리의 청량함, 밥 한 공기의 고마움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불평이 사라진 자리에 감사가 들어서고, 짜증이 빠져나간 자리에 여유가 스밉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을 '갖는 것'에서 찾습니다. 더 큰 집, 더 높은 연봉, 더 많은 인정, 그러나 목마름이 사라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갈증 자체를 내려놓는 데 있다고 말입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잔을 들고 평생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잔이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목마르지 않은 삶의 시작입니다.
물론 산속으로 들어가야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욕망과 비교, 집착의 소음을 줄이지 않고서는, 그 고요함이 찾아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갈증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채워지는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번 맛본 사람은 다시는 예전의 갈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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