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로 지나가다가 자기와 상관 없는 다툼을 간섭하는 자는 개의 귀를 잡는 자와 같으니라”(잠언 26:17)
세상은 끊임없이 말하고, 서로 간섭하며, 누구나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군가는 SNS에 익명의 목소리로,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혹은 직장과 교회 안에서 자기 기준에 따라 누군가를 판단하고 개입하려 듭니다. 그러나 성경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자기와 상관없는 다툼을 간섭하는 자는 들개의 귀를 잡는 자와 같으니라.” 지혜 없는 간섭은 결국 자신과 남 모두를 해치게 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들의 방을 들여다보던 어머니는 충격을 받습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저급한 그림들, 선정적이고 세속적인 이미지들은 아들의 내면이 무엇을 좇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둘이었습니다. 첫째는 아들을 불러 꾸짖고, 하나하나 따지며 그림들의 출처를 추궁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침묵하되, 더 깊은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 어머니는 둘째 길을 택했습니다. 다음 날, 벽 한가운데 ‘빌라도 궁전의 그리스도’라는 호프만의 성화를 조용히 걸어두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아들의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후, 어머니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이전의 모든 저속한 그림들은 사라지고, 오직 그리스도의 성화만이 방 중앙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적인 이야기 이상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지혜와 사랑의 실천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성경이 경고하는 “개의 귀를 잡는 자”는 단순히 무례한 간섭자가 아닙니다. 그는 상황의 본질을 모르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착각하며 개입하는 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지만, 그 행동은 불필요한 충돌과 갈등을 부릅니다. 하나님이 명하지 않으신 개입은 대개 어리석은 결과를 낳고, 하나님이 명하신 침묵은 때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설득이 됩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그 방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아들의 내면에 하나님의 영광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이 들어오자, 어둠의 형상들이 저절로 물러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간섭이 아닌 간구와 상징, 곧 하나님께서 일하실 공간을 남겨드리는 ‘영적 침묵’의 힘입니다.
지혜는 우리가 언제 말해야 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를 분별하게 해줍니다. ‘말’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가장 파괴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 자녀 양육,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우리는 너무 자주 우리의 정의와 감정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오직 ‘사랑과 온유, 자제’ 안에서 열리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행동하기 전에 스스로를 죽이는 기도를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 제 감정이 아니라 주님의 지혜로 이 상황을 이기게 하소서.’ 그래서 그녀는 단순히 벽에 그림 하나를 거는 외형적 행위로, 아들의 마음을 흔드는 깊은 변화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지혜는 무기력한 침묵이 아닙니다. 그것은 때로 말보다 강하고, 정면충돌보다 더 변화시키는 ‘영적 영향력’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 안에 세우신 ‘그리스도의 형상’을 중심에 둘 때, 우리 가정과 삶의 중심에서도 어둠은 스스로 물러납니다. 반대로, 우리가 불필요한 일에 개입하여 개의 귀를 잡듯 간섭할 때, 그 결과는 다툼과 상처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께 이렇게 간구해야 합니다. “주여,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분별하게 하시고, 저의 개입보다 주님의 임재가 일하시도록 먼저 제 마음을 낮추게 하소서.” 참된 지혜는 말보다 침묵 속에서, 간섭보다 기도 속에서 역사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의 방 안에 조용히 그리스도의 형상을 세워 어둠을 몰아냈듯, 우리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형상을 중심에 둘 때, 다툼과 죄의 흔적은 사라지고 하나님의 평강이 임합니다.
'기도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처럼 흐르는 경외의 기도 (1) | 2025.07.28 |
---|---|
기도의 비결-하나님의 마음을 여는 열쇠 (0) | 2025.07.17 |
기도는 언제 하는가 (1) | 2025.07.15 |
물로 씻는 몸, 눈물로 씻는 마음 (1) | 2025.07.14 |
중보기도자의 영적 권세 (0) | 2025.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