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도 속으로

물처럼 흐르는 경외의 기도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7. 28.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그의 경외하심을 인하여 들으심을 얻었느니라.”(히브리서 5:7)

어느 누구도 예수님처럼 깊고 혹독한 고통의 밤을 지나간 이는 없습니다. 그 고통은 육체의 고통을 넘어, 철저히 버림받았다는 감각, 사랑의 아버지께 외면당한 것 같은 깊은 절망의 무게였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님은 “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피가 섞인 땀방울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기도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때조차 하늘은 잠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전혀 존재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 하나님의 얼굴이 철저히 감추어진 것 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적 시련이었습니다.

이러한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사탄은 더욱 악랄하게 속삭였을 것입니다. “
하나님이 너를 버리셨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아무도 너를 돌보지 않는다.” 예수님은 인간의 육신을 입으셨기에, 이 유혹과 싸워야 했습니다. 아버지께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마귀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들며 믿음을 흔들고자 했습니다. 고통의 시간에 하나님은 우리를 외면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경외심이 시험받는 순간이며, 진정한 믿음이 드러나는 때입니다.

히브리서 5장 7절은 이 깊은 신비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
경외하심으로 인하여 들으심을 입으셨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복종하고자 하는 두려움과 떨림,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무릎 꿇고 숨을 죽이며 엎드린 경외의 기도가, 마침내 하나님께 상달된 것입니다. 육신의 눈으로는 그 기도가 들려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 경외심은 하늘 문을 열었습니다.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침묵의 시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하나님은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를 듣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기도가 들리신 것처럼, 우리의 기도도 경외함 가운데 드려질 때 하나님은 들으십니다. 우리가 더 이상 기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을 때, 모든 인간의 도움은 끝이 나고 모든 문이 닫힌 것 같은 그 순간에도 경외함으로 드리는 기도는 하늘을 움직입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네에서 세 번이나 제자들에게 가셨습니다. 아마도 인간적인 위로라도 얻고자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는 잠들어 있었고, 주님은 외로이 고통을 감당하셔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님을 일부러 배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제자들의 한계를 주님은 아셨고, 오히려 그 안에서 위로를 찾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완전한 사랑이시며, 동시에 사람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가지고도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경외하심은 단지 감정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복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경외심은 오히려 사탄의 모든 유혹과 외로움의 무게보다 더 크고 깊었습니다. 그래서 들으심을 입은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 또한 그러해야 합니다. 무엇을 얻기 위한 교섭이나 거래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두려움과 사랑에서 나오는 기도. 경외함으로 드리는 기도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러한 기도를 들으십니다. 우리 역시 고통의 골짜기를 지날 때 주님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사람의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때, 하늘의 침묵이 무겁게 느껴질 때, 바로 그때 경외함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도 가장 깊은 방식으로 우리를 끌어안고 계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들으심을 입는 기도는, 경외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