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죄인이 아니다.”
무디가 교도소에서 만난 수많은 죄수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자신이 무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이는 거짓 증언의 피해자라고 했고, 어떤 이는 단순한 불운 때문이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죄는 자신이 아니라 언제나 ‘다른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무디는 말합니다.“지금까지 복음을 전했지만 ‘죄가 없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이 아이러니한 장면은 단지 과거의 일화나 특수한 상황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과도 닮아 있습니다. 교도소라는 공간은 단지 철창으로 구분된 감방이 아니라, 죄를 부인하는 인간의 본성과 마음의 감옥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죄를 모르는 자에게 복음은 무의미합니다. 복음은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기쁜 소식이 기쁜 이유는, 인간이 진실로 ‘슬픈 현실’을 먼저 깨달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각, 더 나아가 그 죄로 인해 하나님과 단절된 존재라는 인식이 없다면, 십자가는 그저 종교적 상징에 불과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마 9:12). 무디가 만난 수많은 죄수들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도 자신의 병듦을 인정하지 않기에 치유의 손길을 거부합니다. 그들에게 복음은 불필요하고, 예수는 필요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는 말은 곧 ‘나는 구원이 필요 없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 교도소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물음은 “당신은 어느 쪽인가?”입니다. 죄를 부인하는 자입니까? 아니면 죄를 고백하는 자입니까?
복음의 문은 ‘죄인’이라는 자각을 통해서만 열립니다.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 죄에서 자기를 구원할 능력이 자신 안에는 없음을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죄인을 위한 자리입니다. 무죄한 자는 그 앞에 설 수 없습니다. 자신을 무죄하다고 여기는 자는 그저 십자가를 구경할 뿐, 그 능력에는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 앞에서 무릎 꿇고 "내가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자만이 십자가의 보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죄수들을 보며 안타까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핑계를 댑니까? 내 죄는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나는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자신을 변호합니다. 세상은 날 오해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그 어떤 해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철창은 인간을 가두지만, 자기 의는 인간을 눈멀게 합니다. 자기 의는 회개를 가로막고, 회개 없는 영혼은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복음은 죄인에게만 유효한 선물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 받을 수 없고, 대신 고백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죄인은 없습니다. 무디가 만난 죄수들은 각자의 변명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인간이 얼마나 교묘하게 진실을 감추든, 하나님의 눈은 꿰뚫습니다. 그러므로 복음 앞에서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합리화가 아니라, 단순하고 진실한 고백입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입니다.”(눅18:13) 이 고백은 복음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복음은 죄인을 찾고 계십니다. 회개하는 죄인, 바로 그 한 사람을 위해 예수께서는 오셨습니다.
무디는 묻습니다. “당신은 과연 어느 쪽에 속하는가?” 죄를 부인하며 감방 안에서도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자입니까? 아니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예수께 나아가 자유를 얻는 자입니까?
복음은 지금도 동일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눈동자 앞에서, 우리 각자는 스스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한 마디의 고백이, 지옥 같은 감옥에서 천국의 자유로 이끌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죄수입니까?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하지 못하나 죄를 자백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잠언 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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