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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야기

믿음으로 보고 경험하는 영적인 실재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0. 21.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 (요한복음 14:7)

13세기 위대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평생을 걸쳐 방대한 신학서를 집필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신학대전은 인간 이성과 신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로, 지금도 신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의 마지막 고백에 있습니다.

1273년 어느 날, 그는 미사 중에 강력한 신비 체험을 한 후, 그날 이후로 글쓰기를 멈추었습니다. 그의 동료 수도사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지금까지 내가 쓴 모든 것은 내가 본 그 실재에 비하면 지푸라기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은, 인간의 지식과 언어로 쌓은 모든 신학이 ‘하나님의 실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사실을 고백한 것입니다.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영적인 실재는 오직 성령의 계시를 통해 ‘보여지는 것’ 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논리는 이 땅의 시간과 공간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차원을 초월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니라”(고린도후서 4:18)고 말합니다. 신앙의 초점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믿음으로 바라보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
영적인 실재’가 존재하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너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니 나를 보고 살 자가 없음이니라”(출 33:20) 하셨듯, 피조물의 눈으로 창조주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 (요 14:7)

어떻게 이 말이 가능할까요? 이는 영적인 실재 안에서만 가능한 고백입니다. 육체의 눈으로는 하나님을 볼 수 없지만, 믿음의 눈이 열릴 때 우리는 하나님을 ‘
본다’는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복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 영적 현실을 가리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처럼 보이는 현실과 다른 차원의 역설 속에 존재합니다. 바울은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하며,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8~10)라고 고백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만 이해되는 실재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가난해 보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부요한 사람입니다. 세상에서는 무명한 자처럼 보이지만, 하늘에서는 이름이 기록된 자입니다.

이 역설은 성찬의 자리에서도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
“이것은 내 몸이요, 이것은 나의 피니라”(마 26:26~28) 하신 말씀은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그분의 말씀 안에서, 물질적인 빵과 포도주는 영적인 세계에서 실제로 주님의 몸과 피로 존재하는 실재로 바뀝니다. 믿음은 그 보이지 않는 실재를 보게 하고, 성령은 그 실재를 ‘체험’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라.”(요 16:13) 여기서 ‘진리’로 번역된 헬라어 ‘알레데야’ 는 단순히 ‘거짓이 아닌 참된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어원은 ‘감추어져 있던 것이 드러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보이지 않던 실제가 열려 보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알레데야입니다.

성령은 이 ‘
알레데야의 영’, 곧 실재의 영 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로 하여금 성경 속의 문자와 교리를 넘어서서, 그 말씀의 실제를 삶 속에서 경험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영적인 부요함은 얼마나 많은 성경 구절을 아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말씀을 성령을 통해 얼마나 실제로 경험하고 누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내면을 깨우실 때, 기록된 말씀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실재로 다가옵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론이 아닌 체험으로 알아가게 됩니다.

요한복음 14장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
너희가 그를 보았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하나님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실재를 믿음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어두운 내 눈 밝히사 진리를 보게 하소서.” (찬송가 366장)

지혜와 계시의 영이신 성령께서 우리의 영의 눈을 열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 영적인 실재의 세계를 믿음으로 보고, 실제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가난할지라도, 하나님 나라 안에서는 부요한 사람이 되십시오. 세상에서는 약해 보이더라도, 성령 안에서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성령께서 오늘도 우리를 ‘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영적인 세계’ 로 인도하십니다. 그 실재를 경험하는 순간, 우리의 신앙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실제적 교제가 됩니다.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지식으로 아는 신앙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신앙으로 나아가라는 초청입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당신의 영혼을 진리(알레데야) 가운데로 인도하시기를 바랍니다. 보이지 않는 그 실재가, 이제 당신 안에서 ‘보이는 믿음’으로 드러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