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17)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단순히 ‘신념’이나 ‘긍정적인 기대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히브리서 11장 1절은 말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이것은 곧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실제처럼 붙드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마치 그것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태도, 그것이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은 단지 정신적인 무장이 아니라 영적인 눈으로 실재를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아직 성취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성취된 것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성도가 부름받은 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따라, 아직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을 마치 이루어진 것처럼 확신하며 살아갑니다. 이 믿음은 자기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며, 그리스도 예수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입니다.
반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보고 놀라며, 감동하고, 무언가를 “경험”함으로써 믿음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믿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각의 활동이고, 인식의 결과일 뿐입니다. 기적을 쫓아다니며 눈으로 확인된 현상을 보고 “믿겠다” 말하는 사람들은 믿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도 “기적을 보여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기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참된 믿음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기적은 ‘증거’이지 ‘믿음’의 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에 보는 것입니다. 세상은 “보여야 믿겠다”고 말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법칙은 “믿으면 보게 된다”입니다. 이 믿음이 바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믿음으로 구별하시기 때문입니다. 보여지는 현상과 경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실재를 따라 사는 자들, 그것이 하나님이 찾으시는 참된 성도입니다.
하나님이 왜 굳이 믿음을 요구하시는지를 우리는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시며, 원하시면 모든 진리를 다 보여주시고, 모든 것을 인식 가능하게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시지 않으시는 이유는,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임을 증명하라는 영적인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눈앞의 기적을 보고 감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택한 자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이는 것들이 사라져갈 때 더욱 분명히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봅니다. 기적이 없어도, 응답이 없어도, 체험이 없어도, 여전히 말씀 하나를 붙들고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 가운데 나타나는 진짜 기적은, 바로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성도의 삶에 기적을 허락하시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기적은 우리가 믿음 안에서 장성한 분량으로 자라기까지, 하나님 앞에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기적처럼 우리를 건지시고, 막다른 길에서 출구를 열어주시지만, 그것은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 도구일 뿐입니다. 진짜 기적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주님을 향한 찬양과 감사가 터져 나오는 삶입니다.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래서 믿는다.” 그러나 성경은 말합니다. “믿으면 보게 되리라.” 믿음은 기적의 원인이 아니라 목적이며, 하나님의 뜻이 우리 삶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하는 통로입니다. 기적을 욕망의 도구로 삼는다면, 그것은 신앙의 이름을 빌린 욕심일 뿐입니다. 진짜 믿음은, 기적이 없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과 담대함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맞이하는 고난과 결핍은, 어쩌면 하나님의 진짜 기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아무 증거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말씀 하나에 인생을 걸 수 있는 용기,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믿음입니다.
성도는 믿음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믿음은 바람이나 기대가 아닙니다. 믿음은 확신입니다. 믿음은 실상입니다. 믿음은 삶의 방식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확신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이 땅에서 천국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 / 믿음만을 가지고서 늘 걸으며 / 이 귀에 아무 소리 아니 들려도 / 하나님의 약속 위에 서리라"
이 찬송처럼,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 있는 자들만이 결국 약속의 나라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믿음으로 걷는 자만이, 끝내 하나님을 보게 될 것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브리서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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