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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 말씀

바울, 작은 자로 부름받다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0. 3.

바울은 서신의 시작에서 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롬 1:1) 여기서 ‘종’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직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도의 신분을 집약한 고백입니다. 선악과를 따먹고 ‘나’라는 존재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던 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부름을 받아 자기를 부인하는 삶이 바로 신앙의 길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단순히
‘종’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그의 이름 자체로 복음의 핵심을 드러냅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사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서신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늘 ‘바울’로 시작했습니다. 그 이름에는 깊은 신학적 의미와 그의 삶의 전환이 담겨 있습니다.

바울의 본명은 사울입니다. 사울이라는 이름은 베냐민 지파에서 가장 선호되던 이름이었습니다. 사울왕의 명성 때문입니다. 사울왕은 힘과 권력, 명예의 상징이었고, 베냐민 지파 사람들에게
‘사울’이라는 이름은 힘과 출세의 상징이었습니다.

사울은 자신이 그 힘의 원리를 충실히 따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율법을 지켰고,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울이 고백하듯, 그는
“율법으로 흠이 없는 자”였고, 교회를 핍박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빌 3:5-6). 이때의 그는 ‘큰 자’, 자기 힘과 열심에 의지하는 자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큰 자’의 자리에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들린 주님의 부르심,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행 9:4) 이 부르심은 단순한 회심의 계기가 아니라 그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사건이었습니다.

‘바울’은 라틴어로 ‘작은 자’라는 뜻입니다. 주님은 그를 ‘큰 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시고 ‘작은 자’로 부르셨습니다. 그 이름은 그의 사역 전체를 관통하는 고백이 되었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늘 ‘가장 작은 자’라 표현하며(고전 15:9, 엡 3:8), 구원은 자신의 자격이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했습니다 (딤전 1:15~16).

그의 이름
‘바울’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의 신학적 선언입니다. “나는 이제 큰 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세워진 작은 자다.” 그의 모든 서신이 ‘파울로스’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역을 ‘작은 자의 복음’으로 요약했습니다. 복음은 나의 힘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와 은혜 앞에서 자신을 부인하는 자의 삶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작음’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 시작된 구속 역사는 이 원리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은 태초에 혼돈과 공허 위에 ‘르와흐’(생기, 영)를 운행하셨고, 그 가운데서 새 창조를 시작하셨습니다. 새 창조의 시작은 ‘작은 자’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다윗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형들 사이에서 가장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하나님은 그를 택하시고 골리앗 앞에 세우셨습니다. 바울의 삶도 동일합니다. 그는 스스로
‘죄인 중 괴수’라 고백하며, 오직 하나님의 긍휼에 자신을 맡겼습니다.

바울이
‘작은 자’로 부름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 본래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크신 분 앞에 작은 자로 세우십니다. 그때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가 드러나고, 우리 존재의 목적이 완성됩니다. 바울이 ‘바울’로서 자신의 서신을 시작할 때마다 고백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이제 나의 힘을 버리고, 오직 주님의 은혜로 서 있는 작은 자다.” 이것이 로마서 1장 1절은 속 바울의 복음이며,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신앙의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