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종종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거나, "사랑은 영원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변합니다. 계절이 변하고,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나라가 흥망성쇠하며, 심지어 나 자신도 날마다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생각이 내일은 다르게 느껴지고, 어제의 확신이 오늘은 흔들리기도 합니다.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은 이 근본적인 진리를 아주 간결하게 말해줍니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라면, 그것은 참된 도가 아니다.” 부를 수 있는 이름이라면, 그것은 이미 변하고 있는 이름이라는 뜻입니다. 말로 표현되고, 이름 붙여진 순간, 그것은 이미 ‘고정된 무엇’이 되어버리고, 그 고정은 도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도’는 고정된 개념이 아닙니다. 노자가 말한 ‘도’(道)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그 ‘도’는 형체가 없고, 소리도 없으며, 어떤 이름으로도 완벽히 규정할 수 없습니다. 노자는 “도는 만물을 낳고, 낳은 것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즉, 도는 창조의 근원이지만, 결코 주인 행세를 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이 말은 곧, 도는 어떤 종교적 교리나 철학적 사상보다도 깊고 자유로운 실재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붙잡아 ‘이것이 진리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그 진리를 한계 안에 가둬버리는 셈이 됩니다. 노자는 ‘도’를 억지로 부를 수밖에 없어서 그저 ‘대(大)’라 했습니다. 이름을 붙이지 않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이미 ‘참된 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익숙한 것을 잃는 것은 불안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단지 강한 자가 아니라,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사람입니다.
노자의 철학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흐름을 타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도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물은 단단한 돌을 부수지 않지만, 오히려 부드럽게 감싸며 결국 돌을 깎아냅니다. 변화는 이런 물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를 흔들어놓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다듬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억지로 버티는 대신, 그 속에서 배워야 합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우리 인생의 변화를 통해 말씀하시는지 모릅니다.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께서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키심으로써 구원의 완성을 이루십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성공, 실패’, ‘행복, 불행’. 하지만 노자는 말합니다.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붙인 모든 이름과 가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은 ‘교만’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은 ‘은혜’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진짜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화 자체’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도(道)를, 곧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려 합니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보자면, 노자가 말한 ‘도’는 요한복음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 1:1)의 ‘로고스’와도 연결됩니다.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며, 그 말씀으로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진리입니다. 도는 ‘만물을 낳되 주인 노릇하지 않는다’고 했고, 예수님은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된 ‘도’는 억누르지 않고, 흘러가며, 스스로를 비웁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고정된 형식이나 제도에 매여 있지 않고, 늘 새롭게 변화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흘러가야 합니다. 성령은 ‘바람처럼 불어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요 3:8). 진리는 돌처럼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흐르는 생명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십시오. 도(道)처럼, 그리고 바람처럼 당신의 마음도 고정된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흘러가게 하십시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당신을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변치 않는 사랑’ 안으로 이끌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히브리서 13:8) 세상 모든 것이 변할지라도, 그 변화의 중심에는 변치 않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분 안에서 변화는 혼란이 아니라, 생명의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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