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살아간다". 그 말은, 오늘도 숨을 쉬며 이 세상을 견디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단순한 ‘살아 있음’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병으로 몸이 무너지고, 세상이 너무나 잔인해 보일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묻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조용한 새벽이 찾아옵니다. 그 새벽의 공기 속에서 들풀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의 눈물로 젖은 땅에서도 야생화는 다시 피어납니다. 그 꽃은 말없이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아직 끝이 아니에요.”
삶은 그런 것입니다. 무너진 자리에서도 새 생명이 움트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빛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통이 끝나면 다시금 ‘살아 있음’의 놀라움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운 좋은 일’입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야생화를 자세히 보면, 화려한 정원에 핀 장미보다 훨씬 연약합니다. 바람에 잘 꺾이고, 비에 쓰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다시 일어나 피어납니다. 그들의 힘은 강인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용기’에 있습니다.
야생화의 구근을 떠올려보십시오. 겨울 내내 얼음 밑에서 아무 기척도 없이 숨어 있다가, 봄이 오면 또다시 땅을 뚫고 올라옵니다. 그 보잘것없는 구근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길을 잃었다 해도 괜찮아요. 삶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무너지고, 실패하고, 사랑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습니다. 그러나 그 끝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야생화의 구근처럼 우리 안에도 ‘다시 살아나는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많아요. 묻지마 살인 같은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조차, 그들도 신의 품 안에 있나요?” 물론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머스 머튼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자기기만과 탐욕, 위선, 한계 속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안에도 어둠의 흔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완벽히 선하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 완벽히 악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세상 안에서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죄와 상처, 선과 악 모두가 이 세계의 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신은 그 어둠마저 품어 새로운 빛을 빚어내시는지도 모릅니다.
시인 월트 휘트먼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정말로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잃어버릴 수 없다. 생명도, 힘도, 형태도, 다만 변화할 뿐이다.” 죽음조차 생명의 끝이 아니라 다른 모습의 시작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는 수백억 개의 은하 속에 떠 있는 작은 별, 그 별 위의 작은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보다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사해야 합니다.
평범한 하루가 기적입니다. 삶의 기적은 거대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아주 작은 일상 속에 숨어 있습니다. 쓰러진 마을을 함께 재건하는 손길, 이웃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건네는 마음, 병든 이웃의 빨래를 대신 해주는 손, 이런 일들이 바로 ‘삶을 다시 피워내는 부활의 행위’입니다. 우리가 이런 선한 일을 할 때마다, 세상은 조금 더 희망으로 물듭니다. 그것이 삶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운이 좋은 날, 우리는 한 땀 한 땀씩 살아갑니다. 삶은 바느질과 같습니다.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천을 만듭니다. 그 천에는 엉켜 있는 실도 있고, 삐뚤어진 바늘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입니다. 완벽한 무늬는 없지만, 각자의 바느질에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미래의 큰 그림에만 매달리다가 지금 눈앞의 바늘땀, 오늘의 생명, 오늘의 사랑을 놓치곤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거대한 설계도가 아니라 수많은 바늘땀들이 이어져 완성되는 ‘현재의 연속’입니다.
오늘도 숨을 쉬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작은 일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일, 그것이야말로 ‘운 좋은 삶’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문을 닫고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하루하루를 바느질하듯 성실히 엮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말하십시오. “나는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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