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으로 우리는 이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닙니다."(히브리서 11:3)
“믿음으로 그는(모세는) 왕의 분노를 무서워하지 않고 애굽을 떠났습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분을 보는 것 같이 하여 견디어 낸 것입니다."(히브리서 11:27)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지만, 그 모든 실체의 뿌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습니다. 히브리서는 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을 ‘믿음’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에게 열어줍니다. 인간의 생각과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믿음의 여정은 단순한 추상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역사의 구체적인 문제입니다. 보이는 모든 것은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상상력과 예견을 요구합니다. 모든 건축물은 건축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형상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일은 곧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경영자들이 미래의 시장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것, 과학자들이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 예술가들이 새로운 조형물을 창조하는 것도 다 ‘보이지 않는 것’을 먼저 보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감히 말하자면 ‘믿음’이 있습니다.
하늘의 비밀을 본 자만이 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기술이나 논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세상의 큰 변화는 대부분 상상의 세계에서 출발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환상’이라 비웃을 수도 있지만, 오늘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풍요는 어제 누군가의 꿈이었던 환상의 세계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감성을 통해 더 깊이 현실을 해석합니다. 감성이 없는 이성은 차가운 기계와 같고, 상상이 없는 현실은 그저 반복되는 일상일 뿐입니다. 사람은 감성의 존재이며, 이 감성이 곧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통로입니다. 상상력은 그 감성의 언어이며, 믿음은 그것을 실행하게 하는 힘입니다.
믿음은 단순히 추상적인 확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행동의 결단입니다. 환상이란 어떤 아름다운 착각이나 공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에 실현될 현실의 씨앗입니다. 상상력이란 그 씨앗이 자라나게 하는 영혼의 눈이며, 믿음은 그 눈이 본 것을 손으로 짓는 작업입니다. 히브리서의 말씀처럼,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히 11:1).
믿음의 사람들은 그래서 이중의 시야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보이는 세계를 초월하여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미 본 사람들입니다. 모세는 그 보이지 않는 분을 ‘보는 것 같이’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는 애굽이라는 눈에 보이는 강대국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보다 크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보이는 골리앗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보이지 않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승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상상력은 믿음으로 꽃핍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풍요로운 영적 유산을 물려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유산을 사용하는 능력에는 무딘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과감한 상상력과 감성으로 미래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지만, 우리는 이성에만 의존해 돌다리를 두드리는 데 급급할 때가 많습니다. 정작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보이는 안전과 안정에만 집착합니다. 이는 역설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인데, 이성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온 것이며,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미 본 자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상상력은 단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약속을 미리 살아가는 믿음의 시연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다음 세대가 살아가게 될 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보는 환상은,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다음 세대에 풍요한 신앙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 신앙은 결코 개인적인 체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은 그 자신뿐 아니라 자손 천대까지 미쳤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리는 하나님의 나라는 단지 내 신앙의 위로가 아니라, 후대를 위한 준비입니다.
오늘 우리가 믿음으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하나님 나라의 삶이 구체화되기 시작할 때, 우리 자녀들은 그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건축하는 설계자들이며, 지금 우리의 믿음은 그 도면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롬 8:24, 의역) 그리스도인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미 본 사람입니다. 그 세계를 보는 눈을 믿음이라 부르며, 그 눈을 열어주는 통로가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게 됩니다. 은혜는 그 환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힘입니다. 지혜는 그 환상의 경로를 열어주는 설계도입니다. 그리고 행동은 믿음의 증거이며, 순종은 그 나라에 들어가는 열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보이는 것은 일시적이나,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고후 4:18).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본 것처럼 행동하고,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미 임한 것처럼 살아가며, 보지 못한 세계를 소망 가운데 살아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의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볼 수 없는 세계를 먼저 본 자입니다. 그러므로 그 세계를 이 땅에서 구현해 나가는 창조적 동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환상을 현실로 바꾸는 사람, 그가 바로 믿음의 사람입니다.
'성령과 기름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과 영, 그리고 진정한 구원-성경이 말하는 ‘영혼’의 진실 (0) | 2025.07.13 |
---|---|
성령의 은사와 병 고침, 은혜의 권세 (0) | 2025.07.06 |
권세와 권능-능력 너머의 관계 (1) | 2025.07.04 |
육적인 그리스도인과 영적인 그리스도인 (5) | 2025.06.27 |
성령의 음성을 듣는 첫걸음 (1) | 202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