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편 46:10)
살다 보면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바위에 매달린 사람처럼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눈앞의 현실이 무너질까 두렵고, 내가 놓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차라리 손에 피가 나더라도 끝까지 붙잡고 있으려 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우리의 움켜쥠이 아니라, 우리를 품고 계신 더 큰 사랑임을 자주 잊습니다.
앤드류 하비의 책 '숨은 여행'에 나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뉴욕의 삶에 지쳐 하와이 섬 부족과 함께 지내던 그는, 어느 날 부족 추장을 따라 바다로 나갔습니다. 추장은 “고래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속으로 황당하다 생각했지만, 추장을 존경했기에 따라나섰습니다.
그는 수영조차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추장은 “바위만 붙잡고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어머니가 알아서 하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두려움 속에서도 물에 들어갔고, 그 순간 삶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대한 고래가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공포에 질렸지만 동시에 고래가 자신을 향해 따뜻한 파도를 보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고래는 그의 두려움을 알아주고, 헤엄칠 줄 모른다는 연약함마저 품어주었습니다. 고래는 천천히 다가와 그와 교감했고, 마침내 그는 떨리는 손으로 고래의 피부를 만졌습니다. 그 순간 두려움은 경이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바위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자, 놀랍게도 그는 물에 떠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삶은 내가 쥐어짜듯 붙잡지 않아도, 알아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믿음의 여정을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10).
신앙은 바위를 움켜쥔 손을 놓는 일입니다. 내가 붙잡고 있던 두려움, 내 힘으로 살아보려는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 이미 하나님의 품 안에서 안전히 흘러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삶은 우리가 조종하는 배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바다 위에서 은혜로 떠가는 작은 배이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가 고래의 피부를 만지며 지구의 사랑을 느낀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사랑을 만날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내가 지금 떠 있는 것은 내 능력이 아니라 그분의 은혜라는 것을 말입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놀라움과 감사로 충만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용기 내어 바위를 붙잡은 손을 조금씩 놓아 보아야 합니다. 결과를 통제하려는 불안, 미래를 향한 초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 앞에서의 체면과 자존심…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삶은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삶은 내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나를 붙들고 있다는 것을....
결국 신앙이란 “삶이 알아서 하리라”는 고백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그 ‘삶’은 우연이나 방치가 아니라, 우리를 품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속에서 흐르는 삶입니다. 당신도 움켜쥔 두려움의 손을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바다의 고래처럼, 하나님의 사랑이 당신을 찾아와 두려움을 덮고 놀라운 평안을 안겨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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