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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사는 삶

선으로 악을 이기라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1. 16.

우리는 “선하게 살아라”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도덕적·윤리적으로 바르게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은 우리가 아는 ‘착함’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성경 속의 ‘’과 ‘’을 우리가 현대식 사전 개념으로 이해하면 성경의 핵심 메시지를 완전히 놓쳐 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주 오래 전, 전혀 다른 언어와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때 사용된 ‘
’이라는 단어는 오늘 우리가 쓰는 말과 결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은 금방 ‘오해의 책’이 되어버립니다.

세상은 자기들끼리 합의해서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정해 왔습니다. 법과 윤리, 관습과 문화 안에서 기준을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만든 선과 악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북극 부족에게는 혹독한 추위 속에 손님을 따뜻하게 대접하기 위해 아내를 손님과 함께 자게 하는 것이 ‘
’이었습니다. 그들의 문화에서는 그것이 ‘도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느 민족의 도덕을 기준으로 우리에게 ‘
선을 행하라’고 하실까요? 민족마다, 시대마다 선과 악이 이렇게 다르다면 도대체 무엇이 진짜 선이고 무엇이 진짜 악일까요? 성경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창세기 3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
너희가 선악을 알게 된다.” 이 말은 단순히 ‘선과 악을 알게 되었다’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선과 악의 기준을 정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만이 기준이신데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성경은 죄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성경의 ‘’은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가 정해놓은 그 ‘’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깊고, 훨씬 근원적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의 깊은 뜻을 이해하도록 겉모양으로 보이는 선(칼로스)을 주셨습니다. 성막, 성전, 제사, 율법… 모든 것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하나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도록 주신 모형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보았을 때 하늘의 실체를 그대로 우리에게 가져올 수 없었기에 하나님은 “
그 본 것의 모형대로” 성막을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칼로스, 겉모양의 선입니다. 율법은 선합니다. 성전은 선합니다. 제사는 선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표지판입니다.

참된 선, 즉 아가도스는 겉모양이 가리키는 내용의 선입니다. 성막의 참된 뜻은 “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라는 진리이고,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가 참 성전”임을 알려주며, 제사는 “참 희생 제물 되신 예수님”을 설명하는 그림자입니다. 하나님은 겉모양(칼로스)을 통해 참된 내용(아가도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말하는 ‘’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실체를 보여주는 모든 하나님의 일입니다.

비극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
겉모양의 선’을 그분의 뜻을 깨닫는 데 쓰지 않고, 스스로의 의를 세우는 데 사용합니다. 그때 성경은 그 상태를 카코스, 악이라고 부릅니다. 성전은 예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성전이 우상이 되어 예수를 죽였습니다. 율법은 은혜를 알게 하기 위한 도구인데 율법으로 자기 자랑을 세웠습니다. 제사는 예수의 그림자인데 예수가 오셔도 짐승 제사를 계속했습니다. 겉모양의 선이 참된 내용을 가리기 시작할 때, 그것은 악이 됩니다. 종교 자체는 선한데, 종교가 하나님을 가려버리면 그 종교가 악이 되는 것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이것입니다. 로마서 12장 21절의 “이기다”라는 단어(니케)는 ‘정복하다’ 뿐 아니라 ‘덧입다, 덮어버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바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된 선(아가도스)으로 겉모양만 붙드는 악(카코스)을 덮어버려라.” 율법의 글자가 아니라 그 율법이 가리키는 은혜를 붙들고, 종교 행위의 껍데기가 아니라 그 행위를 명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붙들고, 성전이라는 건물이 아니라 그 성전의 실체이신 그리스도를 붙들라는 것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긴다”는 말은 윤리적 착함을 더 크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새 사람을 덧입어 옛사람의 종교적 악을 이기라는 뜻입니다.

아가도스, 참된 선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은 율법의 완성, 성전의 실체, 제사의 결론, 하나님의 뜻의 본체 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으로 악을 이긴다는 것은 겉모양의 종교를 붙드는 삶에서 예수의 실체를 붙드는 삶으로 옮겨가는 것은 옛사람의 악을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덮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선이고, 이 선만이 악을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