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께서는 이 땅을 떠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분명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실 것이며,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다”(요 14:26). 또 다른 자리에서는 “너희가 마땅히 말할 것을 바로 그 시각에 성령께서 가르쳐 주실 것이다”(눅 12:12)라고 하셨습니다.
이 약속은 단지 제자들만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 은혜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오해하면, 성령께서 마치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새로운 지혜를 쏟아 부어 주시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삶과 가르침을 보면, 성령의 가르침은 단순히 신비한 계시나 순간적인 깨달음으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쓰며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사람의 지혜에서 배운 말로 하지 아니하고,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말로 한다”(고전 2:13). 그는 예수님의 땅 위 사역을 직접 배우지 못했지만, 성령의 가르침을 통해 누구보다 분명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성령께서 가르치신다는 말은 곧 삶 전체 속에서 하나님의 시각을 배우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읽은 성경, 배운 교리, 삶에서 겪은 경험, 사람들로부터 들은 지혜 모두를 성령께서는 엮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바로 그 상황에 꼭 맞는 진리와 지혜가 생각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바울은 스스로 “주님께 받은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고전 7:25). 그러나 그가 배운 깊은 유대교 전통과 오랜 묵상, 아라비아에서의 긴 고독의 시간 속에서 성령은 그의 기억과 지식을 다듬어 주셨습니다. 즉, 성령의 가르침은 준비된 그릇 속에서 역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령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가르치심”과 “생각나게 하심”입니다. 언뜻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가르치심은 우리가 성경을 통해 배우고, 신앙 선배들에게 배우며,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채워져야 성령께서 그것을 사용하십니다.
생각나게 하심은 바로 그때, 바로 그 자리에 필요한 말씀을 떠올리게 하시는 은혜입니다. 즉, 우리가 평소에 쌓아 둔 말씀 묵상과 배움의 창고를 성령께서 열어 주시고, 거기서 꼭 맞는 것을 꺼내 사용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성령의 즉흥적인 역사만을 강조하며 공부와 훈련을 무시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즉흥성은 오랜 훈련과 묵상 위에 세워진 열매입니다. 스펄전 목사와 로이드 존스 목사는 원고 없이 즉석에서 설교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보다도 많은 신학서적을 읽고, 깊은 묵상으로 준비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성령의 가르침은 무지와 게으름 위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준비와 헌신 위에 열리는 열매입니다.
성령은 홀로 있는 사람에게만 역사하지 않습니다. 성령은 관계 속에서 역사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실한 스승에게 배우고, 성도들과 나누며, 서로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성령의 지혜를 더 깊이 깨닫습니다.
만일 누군가 “나는 오직 성령께만 배우겠다”며 사람들의 가르침을 거부한다면, 그는 이미 성령의 길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령의 가장 큰 가르침 중 하나는 바로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스승을 존중하고, 형제를 세우며, 교회 안에서 진리를 나누는 것이 성령께 배우는 가장 실제적인 길입니다.
결국 성령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말씀과 진리에 충실히 배우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고, 신학과 교리를 배우고, 선배들의 가르침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둘째, 삶의 경험을 성경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고난과 기쁨, 성공과 실패를 하나님의 시각에서 해석하며 쌓아야 합니다. 셋째, 성령과의 친밀한 교제를 지키는 것입니다. 늘 기도와 묵상 가운데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사람에게 성령은 때마다, 상황마다, 가장 적절한 말씀과 지혜를 떠올리게 하시고, 바로 그 순간에 맞는 해답을 주십니다.
성령의 가르침은 신비로운 계시나 갑작스러운 깨달음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말씀을 배우고, 묵상하고, 경험을 쌓고, 공동체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 전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때 성령께서는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열어 그 의미를 깨닫게 하시며, 바로 지금 필요한 지혜를 떠올리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름을 버리고, 성실히 배우며, 사랑의 관계 속에서 겸손히 걸어야 합니다. 준비된 그릇만이 성령의 손에 들려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쓰임 받을 때, 우리의 입술과 삶은 곧 성령께서 가르치시고 생각나게 하시는 진리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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