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 (요한일서 5:4)
그리스도인의 삶은 언제나 세상과의 긴장 속에 서 있습니다. 믿음을 지키려는 사람일수록 세상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육신의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는 반면, 신자는 그것을 죄의 유혹으로 여기고 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과 점점 거리가 생기고, 마침내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경건을 지키려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요?
성경은 분명히 우리에게 죄와 거리를 두라고 말씀합니다. 죄악에 물들지 않도록 경건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실을 따르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우리를 세상 속으로 파송하여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라고 말씀합니다. 이 두 가지 말씀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긴장 속의 균형을 요구하는 말씀입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은 여기에 깊은 통찰을 줍니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무턱대고 섞이지 않는 것, 조화를 이루되 무분별하게 따라가지 않는 태도 말입니다. 성경 역시 바로 이것을 가르칩니다. "그들의 행위는 본받지 말라"(마 23:3)는 말씀처럼, 우리는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열쇠가 바로 "소금"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막 9:50). 소금은 단순히 맛을 내는 양념이 아닙니다. 썩음을 막는 방부제이며, 동시에 구약에서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언약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레위기에서는 모든 제물에 소금을 반드시 더하라고 명령하시며, 이것을 “하나님의 언약의 소금”이라 부르셨습니다(레 2:13). 또 민수기에서는 제사장 아론과 그의 후손들에게 주신 영원한 분깃이 바로 "소금 언약"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민 18:19).
소금 언약은 변치 않는 하나님의 약속을 의미합니다. 아론의 후손이 땅에서 분깃을 갖지 않고 하나님 자신을 분깃으로 받은 것처럼, 우리 역시 신약의 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을 기업으로 받았습니다(벧전 2:9). 그렇기에 우리가 소금을 가지고 세상과 화목하라는 말씀은 단순히 착하게 지내라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제사장으로서의 직무를 품고 살아가라"는 명령인 것입니다. 제사장이란 누구입니까?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자, 화목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화목제물이 되셨듯이, 우리도 세상 속에서 화목을 이루는 제사장의 길을 걷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놀라운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소금 언약"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손해 보는 것이 결코 없다는 보증입니다. 세상과 화목하려 나아가되, 제사장답게, 소금을 품고 나아간다면 하나님이 우리의 분깃이 되어 주시고, 우리는 결코 잃지 않고 오히려 영원한 승리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다윗에게도 하나님은 "소금 언약"으로 그의 나라를 보장하셨습니다(대하 13:5).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이 세상을 믿음으로 소유할 보증이 주어졌습니다(요 10:28).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쪼다’가 되는 이유는, 목회자들의 편협한 가르침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는 경건을 교회 안에만 가두어 두었고, 세상과의 단절을 가르쳤습니다. 주일에는 여행이나 거래조차 하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교회는 그저 벽을 높이 쌓고 도피처만 찾았습니다. 그 결과 교회는 세상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세상의 유혹은 만만치 않습니다. 술자리의 강요, 불의한 거래, 말씀에 어긋나는 요구들이 끊임없이 우리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담대하라는 말씀은 단순히 배짱을 부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님의 약속을 신뢰하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담대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신다는 소금 언약이 있기 때문입니다(요일 5:14).
세상을 이기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제사장"으로 붙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화목제물이 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기꺼이 세상 속에서 제물이 되고자 한다면, 주님은 반드시 세상을 이길 믿음과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주일마다 대표기도에서 "세상과 짝하여 죄를 지은 것을 용서해 달라"는 고백이 반복됩니다. 마치 매주 세상에 무릎 꿇고 돌아와서 회개만 하는 처량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말씀합니다.
“무릇 하나님께로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일 5:4).
우리의 믿음은 곧 소금 언약에 대한 믿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제사장 삼으시고, 변치 않는 언약으로 세상을 이기게 하셨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붙드는 자는 세상 속에서도 담대히 나아가, 화목을 이루고, 복음을 증거하며,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주님은 우리를 어디로 보내십니까? 교회 안입니까? 아닙니다. 세상입니다. 우리는 소금 언약을 품은 제사장으로, 세상 속에 파송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소금을 마음에 품고 세상 속으로 나아갑시다. 소금 언약을 붙든 믿음으로 담대히 살아갈 때, 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이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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