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를 잡고 나면 쓰던 활은 창고로 들어가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힌다.” 중국의 고전《사기》에 나오는 이 말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월나라의 명재상 범려는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월왕 구천과 함께 오나라의 포로 생활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평안해졌을 때, 그는 가장 먼저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친구 문종에게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새를 잡고 나면 쓰던 활은 창고에 들어가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히는 법이오. 구천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지만, 즐거움은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라오." 문종은 그 말을 흘려들었고, 결국 구천의 변심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반면 범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제나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시시때때로 변하는가’를 보여줍니다. 권력의 자리에서, 평안의 시기에서, 이익과 감정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쉽게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히 세상의 배신이나 냉혹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가?”
사람의 마음은 바람과 같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매우 정직하게 말합니다. “마음은 모든 것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하니,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 (예레미야 17:9) 우리의 마음은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믿음이 충만해도 내일은 두려움에 흔들리고, 지금은 사랑으로 가득하다가도 곧 미움이 고개를 듭니다.
범려가 구천의 마음을 간파하고 떠났듯,
우리도 누군가의 변심이나 세상의 흐름을 분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마음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의 변심’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 안의 변심’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내 중심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기도를 통해 내 속의 분노를 다스리고, 말씀을 통해 내 욕망을 비추어 보고, 묵상을 통해 내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일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십니다(사무엘상 16:7). 그래서 신앙은 마음의 상태와 그 마음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하나님이라면, 마음이 흔들릴지라도 길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낼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태복음 10:16)
이 말씀은 단순히 세상 속에서 조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혜와 순결, 곧 분별과 사랑의 균형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뱀같이 지혜롭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되 냉소적이지 않은 태도, 비둘기같이 순결하다는 것은 상처와 배신을 당해도 사랑을 버리지 않는 태도입니다. 범려는 세상을 꿰뚫어 본 ‘지혜’를 가졌지만, 우리는 거기에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순결을 더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도의 길입니다.
변심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우리의 인생에도 구천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함께 웃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고, 순간의 오해로 마음이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 마음을 바꾸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잠언 3:5) 사람의 변심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 신뢰의 근거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내 마음은 세상의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내 마음의 주인이 나에서 하나님으로 바뀌는 일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붙들고 살면 늘 불안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내 마음을 맡기면, 그분은 내 안의 폭풍을 잠잠케 하십니다.
바람은 언제나 불지만, 그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의 뿌리는 깊이 땅속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 깊이 뿌리내린 마음은 세상의 어떤 변심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주님, 제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기쁨의 순간에는 감사하지만, 고난 앞에서는 쉽게 낙심합니다.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고, 세상의 평가에 상처받습니다.
주님, 제 마음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오직 주님만 바라보게 하소서.
주님의 말씀으로 제 마음을 붙드시고,
평안의 주께 제 중심을 온전히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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