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한복음 4:23~24)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게 물 좀 달라”고 말씀하신 장면은 단순한 갈증의 호소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갈증, 곧 하나님께로부터 떠나 있는 자녀들을 향한 절절한 목마름을 상징합니다. 여인의 인생에 연이어 나타난 여섯 명의 남자는,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떠난 이후 자기 갈증을 세상의 것으로 해갈하려 했던 실패의 역사를 대변합니다.
그 목마름은 단지 감정적, 심리적 허기가 아니라 존재론적 갈증, 곧 창조주 하나님과의 단절에서 오는 본질적 허기입니다. 하나님은 그 목마름을 당신의 피로 해갈해 주시기 위해 찾아오셨고, 바로 그 순간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예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왜일까요? 예배는 인간의 목마름과 하나님의 갈증이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인간의 갈증이 어떻게 엉뚱한 방향으로 해갈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술, 쾌락, 권력, 성공뿐 아니라 종교와 예배마저도 자기 유익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예배는 더 이상 하나님께 드리는 경배가 아닌,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신과의 거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처럼, 많은 사람들은 “이 산인가 저 산인가?”, “이 교단인가 저 교단인가?”, “전통인가 현대인가?” 같은 문제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형식적 논쟁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산도 아니요 예루살렘도 아니요…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온다." 여기서 “영”은 성령의 생명,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복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외형과 의식, 형식의 정확함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진리 안에서, 성령의 감동으로 드리는 예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예배자로 지으셨습니다. 인간은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섬기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종교인이건 무신론자건 예배자입니다. 어떤 이는 돈을, 어떤 이는 자식을,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을 예배합니다. 결국 인간은 자기중심성의 탈을 뒤집어쓴 탐심의 제단 위에서 인생을 소모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예배에 대해 이렇게 명령하셨습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출 20:4) 탐심은 우상숭배입니다(골 3:5). 내 유익을 위한 종교적 활동은 예배가 아니라 신성한 소비행위일 뿐입니다. 예배는 “하나님께 무엇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인정하고 그분 앞에 무릎 꿇는 것입니다.
예배는 형식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예수님은 예배의 장소가 아니라 예배의 대상과 본질을 강조하십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인간의 육신적 감각이 아닌 성령의 생명으로 드려져야 하고, 하나님은 진리이시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복음 안에서만 참된 예배가 가능합니다.
가인의 제사는 노력과 정성은 있었지만 중심이 자신이었습니다. 아벨의 제사는 자신의 죄인 됨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철저한 의뢰가 있었습니다. “아벨과 그의 제물은 열납하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열납하지 않으셨다.”(창세기 4:4~5)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는 사람의 노력으로 만든 예배가 아니라, 하나님이 은혜로 찾아오신 구원의 복음을 믿는 자의 감사로 드려지는 예배입니다.
참된 예배는 자기를 낮추고 하나님을 높이는 것입니다. 참된 예배는 나를 우주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고, 하나님을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주일에 교회에 나가 찬송하고 헌금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 전체가 예배입니다. 직장에서 하나님을 인정하고 가정에서 하나님을 의뢰하고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삶인 것입니다. 이 모든 삶의 태도가 바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입니다.
"하나님의 갈증은 누구로 해갈되는가?"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내가 목마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갈증을 자신의 죽음으로 해갈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갈증에 응답하는 예배자로 부름 받았습니다. 예배는 곧 복음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먼저 찾으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응답하실 차례입니다.
참된 예배는 진리 안에서 나를 부인하고, 영 안에서 하나님을 높이는 삶의 반응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깨어진 심령으로 엎드리는 참된 예배자가 되길 소망합니다.
'요한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물과 남편, 그리고 찾아오시는 은혜 (0) | 2025.07.26 |
---|---|
그는 흥하고 나는 망하여야 하리라 (1) | 2025.07.25 |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 십자가를 바라보라 (0) | 2025.07.23 |
다시 태어난다는 것 - 니고데모를 통해 본 영적 탄생의 본질 (1) | 2025.07.22 |
헐라, 내가 다시 세우리라 - 예수 그리스도의 성전 파괴와 재건 (0) | 2025.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