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상 1장 34절은 매우 짧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았으니 이삭의 아들은 에서와 이스라엘이더라."
그런데 이 간결한 문장 속에는 깊은 신학적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왜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기록했을까요? 그리고 왜 동생인 야곱(이스라엘)이 형 에서보다 뒤에 언급되면서도 더 중요하게 다뤄질까요?
성경의 족보는 단순한 가계도가 아닙니다. 특히 역대기의 족보는 아담으로부터 시작하여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펼쳐지는지를 보여주는 신앙의 지도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족보에서는 종종 장남이 아닌 자가 먼저 언급되거나, 인간의 관습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순서가 등장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인간의 원칙이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이 역사를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에서와 이스라엘(야곱)의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로마서 9장은 이 진리를 명확히 합니다. 에서와 야곱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 선이나 악을 행하기도 전에 하나님은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불공평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런즉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니라."
에서는 '육신의 자녀'를 상징합니다. 자기 힘으로, 자기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입니다. 반면 야곱(이스라엘)은 '약속의 자녀'를 상징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야곱이 이스라엘이 된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하던 그 밤, 야곱의 환도뼈가 부러졌습니다. 평생 자기 꾀와 힘으로 살아온 야곱에게 그것은 치명적인 타격이었습니다. 더 이상 자기 힘으로는 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그 순간,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그 밤의 실상을 보면, 야곱은 이긴 것이 아니라 완전히 꺾였습니다. 그의 환도뼈가 부러진 것은 자신의 힘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참된 의미는 '하나님의 다스림으로 힘을 가진 자'입니다.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 그 자체가 나의 힘이 된 사람, 그것이 이스라엘입니다.
우리는 보통 축복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힘, 내 뜻대로 되는 삶, 건강하고 부유하고 성공하는 인생.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축복은 정반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축복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때로 우리의 '환도뼈'를 치십니다. 우리가 의지하던 것들을 무너뜨리십니다. 내 능력, 내 계획, 내 의지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순간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그것은 잔인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큰 은혜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다스림은 우리를 한 곳으로 이끕니다.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내가 완전히 부인되는 곳입니다. 내 의로움, 내 노력, 내 자랑이 모두 무너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은혜만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 되는 곳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기적입니다. 나 중심의 삶에서 그리스도 중심의 삶으로 바뀌는 것, 내 힘을 자랑하던 입술이 "오직 예수"를 고백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의미이며, 성도가 누리는 최고의 축복입니다.
에서와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에서처럼 살고 싶어 합니다. 내 힘으로, 내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이스라엘로 부르십니다. 내 고집을 꺾으시고, 내 환도뼈를 치시고, 나로 하여금 그분의 다스림 안에서만 참된 힘을 찾게 하십니다.
그 여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축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 자신이 나의 힘이 되시는 삶,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전부가 되는 삶입니다. 그것이 역대상 1장 34절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언약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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