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눈을 뜨게 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가게 하고 죄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행 26:18)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의지를 초월하여 임하는 주권적 사건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나 결단이 아닙니다. 사람의 눈이 열린다고 해서 모두가 곧바로 구원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이 아그립바 왕 앞에서 전한 이 말은 단지 복음의 소개가 아니라, 구원이 어떤 과정으로 임하며, 어떤 증거를 통해 확증되는지를 깊이 보여줍니다.
구원의 첫걸음은 ‘눈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구원의 완성이라기보다, 구원의 문턱에 이른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의 자비로 어둠 가운데 있던 인간이 어느 날 빛을 인식하게 되는 것, 그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개입이며 은혜의 시작입니다. 이전에는 아무런 불편함 없이 어둠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 이제는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눈이 떴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을 얻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설교나 성경공부, 혹은 기도회나 부흥집회 등을 통해 마음에 감동을 받고, 죄에 대한 찔림을 느끼며 “이제 나도 새롭게 살아야지”라고 결단합니다. 그러나 이 결단은 자기 의지의 산물일 뿐, 아직 위로부터 주어지는 생명의 선물, 곧 ‘죄사함’을 받은 상태는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아 ‘하나님께로부터’ 무언가를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아무리 뜨겁게 결심했어도 아직은 구원의 문턱에 서 있는 자일 뿐입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구원의 유일한 증거는 ‘죄사함’입니다. “너는 구원받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종종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 제가 예수님을 믿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세례를 받았고, 교회에 다닌 지 오래되었어요.” “저는 삶이 바뀌었고, 기도도 잘하고 있어요.”
그러나 성경은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진짜 구원받은 자는 자신의 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아 완전히 씻겨졌다는 것을 하나님께로부터 듣고, 그 안에서 평안을 누리는 자입니다. 우리가 신앙의 열심이나 종교적 의식을 통해 구원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죄사함을 받았다!”는 이 고백이 없다면, 우리는 아직 구원의 본질을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첫 번째 위대한 역사이며, 구원의 시작점입니다.
그러나 구원은 단지 과거의 사건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죄사함을 받은 자는 반드시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되는 또 다른 은혜의 여정을 걷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단지 천국 입성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성화의 과정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통치와 임재, 하나님의 뜻에 대한 내적 일치입니다.
이 은혜는 구원을 받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며, 날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고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신령한 기업입니다. 거듭난 자는 자신의 권리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이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하나님의 관심사와 동일하게 맞추며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 주목하시는 영혼들에게 마음을 쏟고, 하나님께서 슬퍼하시는 죄에 함께 애통해하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기꺼이 자신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거듭남과 결단을 혼동합니다. 결심은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거듭남은 하나님의 능력으로부터 오는 전인적 변화입니다. 결단은 인간 중심이며, 거듭남은 하나님 중심입니다. 결심은 변화된 마음일 수 있지만, 거듭남은 변화된 본성입니다.
결심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듭난 영혼은 그리스도의 생명이 그 안에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의 근원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단지 ‘예수님을 믿기로 한 사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사람입니다.
눈을 뜨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결심은 은혜를 향한 반응일 수 있지만, 구원의 증거는 아닙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죄사함을 받았는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죄사함을 받은 자는 반드시 ‘거룩하게 된 자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기업을 이어받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시야는 어디까지 열려 있습니까? 단지 감동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께로부터 죄사함이라는 확실한 선물을 받았는가? 그리고 그 선물로 인해 우리는 날마다 자신을 부인하며 성화의 여정을 걷고 있는가?
눈이 열렸다면 이제 진짜 빛이신 예수께 나아가십시오. 결심이 있다면 이제 죄사함의 은혜를 받으십시오. 죄사함을 받았다면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 그분의 기업을 소유하십시오. 이것이 열린 시야를 가진 자의 참된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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