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세기 2:17)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셨을 때, 사람은 단순한 흙덩어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흙으로 지음받은 육체와, 혼, 그리고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불어넣어진 생기, 곧 영을 지닌 존재였습니다. 사람은 영으로 하나님과 교통하며, 혼으로 자기를 인식하고, 육으로 이 세상과 접촉하며 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실 때 철저히 질서를 염두에 두셨습니다. 영이 혼을 다스리고, 혼이 육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거룩한 질서는 타락을 통해 철저히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타락의 본질은 단지 선악과를 먹은 외형적인 불순종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질서의 전복이었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반역이며,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었습니다. 생명나무는 하나님과의 연합, 곧 의존을 상징했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이 주시지 않은 지식, 곧 하나님 없이도 스스로 지혜롭게 되려는 독립심으로 선악과를 선택했습니다. 이 독립의 욕망은 오늘날까지 인간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적 존재로 지어진 인간이 타락한 이후, 그 내면의 질서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본래 하나님과 교통하던 사람의 영은 죽었습니다. 이 죽음은 활동의 정지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단절, 즉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게 된 무기력함을 의미합니다. 영이 무기력해지자 혼이 주도권을 잡았고, 결국은 육이 그 위를 덮어버렸습니다. 영-혼-육의 순서는 육-혼-영의 질서 파괴로 바뀐 것입니다.
이렇게 질서가 무너지자 사람은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혼은 자율성을 추구하고, 육은 본능을 따라갑니다. 타락 이후 사람은 하나님이 아닌 자기 자신과 자연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제일 끝으로 밀려났습니다. 자연(환경과 욕망), 자아, 그리고 하나님이 타락한 이후 인간이 살아가는 질서입니다. 이것이 곧 우상숭배입니다.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든 삶의 구조는 우상숭배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식과 감정, 의지로만 신앙생활을 하며, 자신의 혼을 계발하는 일에만 힘씁니다. 그러나 혼이 아무리 훈련되고 개발되어도 하나님의 생명을 담을 그릇은 아닙니다. 혼은 하나님과 교통하지 못하며, 오히려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여전히 혼의 신앙, 감정의 신앙, 자기 의지의 신앙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생각, 자기 계획, 자기 감동에 따라 움직입니다. 영은 침묵하고 혼은 떠들썩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여전히 동일합니다. 영을 회복시키고, 그 영으로부터 혼을 다스리고, 육을 제어하게 하는 것이 거듭남의 이유이며, 성령이 우리 안에 오신 목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새 생명이 바로 우리 영 안에 임한 하나님의 생명입니다. 그 영이 다시 깨어날 때, 우리는 하나님과의 교통을 회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길, 곧 자기 부인의 여정을 통해 혼과 육이 깨어지고, 영이 다시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혼적인 신앙에서 영적인 신앙으로 옮겨가는 길은 고통의 길입니다. 혼은 죽기를 거부하고, 육은 자기 자리를 내려놓기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만이 진정한 영의 질서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스도인은 다시 회복된 하나님의 질서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영이 혼을 이끌고, 혼이 육을 통제하는 삶, 하나님이 주신 생명으로 만족하고, 그분의 뜻으로 충만해지며, 자아의 욕망이 아니라 영의 인도를 따라 살아가는 삶이 거듭난 자의 참된 삶이며, 영에 속한 사람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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