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갈라디아서 5:24)
우리의 신앙은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생명'이라는 신비한 역설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살아보라'고 명하신 것이 아니라, 먼저 '죽었음을 믿으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분 안에서 우리는 이미 죽었습니다. 정욕도, 욕망도, 자아도, 옛 사람도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성도는 이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날마다 선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우리는 유혹 앞에 흔들리고, 죄의 습관에 무너지고, 성령의 뜻보다 육신의 편의를 택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정말 십자가에 못 박혔는가?'라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진리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느끼는 감정이나 체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성취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세워집니다. 우리가 아직 온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완전하며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못 박았다." 이 선언은 현재의 결심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이루어진 구속 사건에 대한 성도의 믿음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것을 날마다 믿음으로 붙잡고,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그 진리가 삶 속에서 실제화되기를 갈망하며 걸어가야 합니다.
성령 없는 승리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육체적 행위나 열심에 감동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성령께 의지하지 않는 모든 종교적 행위는 자의적이며 하나님과 무관한 행위로 여겨집니다. 성도는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과 능력 안에서만 육체의 소욕을 이길 수 있습니다. 성령 없이 육신을 제어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자의적 율법주의나 자기 의로 귀결되고 맙니다.
때로 우리는 성령 충만함 속에서 놀라운 승리를 맛봅니다. 그러나 동시에, 조심하지 않으면 곧 육신의 욕망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성령을 떠난 순간, 우리는 이전보다 더 깊은 타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깨어 겸손히 성령을 의지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성령은 우리의 육신을 자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령은 우리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날마다 그 십자가의 진리를 따라 행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분입니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초자연적 능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날마다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의 생명을 의지하여 사는 사람입니다.
십자가는 단지 이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적 죽음이며, 구체적 체험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 ‘이미 죽었다’는 진리를 믿게 하실 뿐 아니라, 삶의 경험들을 통해 그것을 실제로 확인하게 하십니다. 우리 안의 자아가 여전히 살아서 고개를 들고자 할 때, 하나님은 고통스러운 상황, 인간적인 실패, 관계의 깨어짐을 통해 자아의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성령의 생명을 채우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주 고백하게 됩니다. “나는 죽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나는 무너져야만 은혜를 입는 사람입니다.” 바로 여기에 성령이 역사할 자리,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질 자리가 마련됩니다.
우리의 육신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육신의 정욕은 지금도 살아 숨쉬며, 기회만 있으면 우리를 넘어뜨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육신이 십자가에서 이미 못 박힌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살아나려는 옛 자아를 향해, 우리는 매일같이 ‘죽었다’고 선언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성화의 여정은 자아를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자아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그리스도를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길은 오직 성령의 능력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능력과 의지로는 결코 이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오직 성령과 함께 가는 길입니다.
십자가 없는 성령 충만은 없습니다. 성령 충만한 삶은 곧 십자가에 날마다 나를 못 박는 삶입니다. 반대로 성령 없이 십자가의 실제화도 불가능합니다. 두 길은 결코 분리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나를 죽이고, 성령은 그 자리에 예수를 살게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죽었음을 믿고, 성령 안에서 날마다 예수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삶. 이것이 복음의 실제이며, 참된 성도의 길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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