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의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종종 “주님, 왜 제게 말씀하지 않으시나이까?” 하는 탄식 속에 잠기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분이 말씀하지 않으셔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세상의 소음에 귀를 빼앗긴 채, 조용히 임하시는 하나님의 속삭임을 무시한 채, 우리는 종종 더 크고 강한 음성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요란한 천둥소리나 불 가운데 계시지 않습니다. 엘리야가 체험했듯,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로 임하십니다(왕상 19:12). 그러므로 진정한 신앙은 그 고요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자의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삼상 3장 9절에서 사무엘은 “주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아직 어린 사무엘이었지만, 그는 말씀을 듣는 자의 자세를 배웠고, 그 겸손함과 경청함을 통해 하나님의 선지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그가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종의 자세”입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기고, 주장하기보다 순종하기를 원하며, 자기 뜻보다 주님의 뜻을 먼저 구하는 영혼의 태도 말입니다.
이 시대는 말이 너무 많고, 진리는 너무 조용합니다. 말이 많아질수록, 진리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하나님의 말씀은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소서. 우리가 들으리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말게 하소서 우리가 죽을까 하나이다”(출 20:19)라고 했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는 누군가 대신 듣고 대신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듣는 일에는 두려움을 느끼며, 편리하게 종교 지도자나 유명한 설교자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말은 종종 미사여구로 포장된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선지자들은 글자를 가르칠 수 있으나,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게 하는 분은 하나님뿐이십니다. 그들은 길을 가리킬 수는 있으나, 그 길을 걸어갈 힘을 주는 이는 성령이십니다. 인간의 말은 겉으로 물을 뿌리는 것이요, 하나님의 말씀은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말씀이 내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야 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위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뒤흔들고 죄를 찌르고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종교적 교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거듭나게 하는 생명의 씨요(벧전 1:23), 눈에 비치는 빛이며(시 119:105), 마음을 쪼개는 날선 검입니다(히 4:12). 그러므로 이 말씀을 “듣는 일”은 곧 “사는 일”이며, “무시함”은 곧 “죽음”입니다.
주의 말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선지자 없이 하나님은 우리를 가르칠 수 있지만, 하나님 없이 선지자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이는 곧, 우리는 반드시 하나님의 친히 말씀하심을 구하고 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설교와 지식이라도, 하나님께서 침묵하신다면, 그 안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변화시키는 은혜입니다. 그것은 생명을 주고, 길을 비추며, 죄를 드러내고,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갑니다.
"주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이 고백은 단순한 외침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여는 열쇠요,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는 무릎의 자세입니다. 이 고백이 진심으로 드려질 때, 하나님의 말씀이 내 영혼에 이슬처럼 스며들고, 고난 중에 위로를 주며, 죄를 떠나게 하며, 생명을 얻게 합니다. 말씀을 듣는 이의 마음이 겸손과 갈망으로 가득할 때, 하나님은 친히 그 마음에 임하셔서 깨닫는 마음, 순종할 힘, 사랑할 의지를 주십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사무엘처럼 조용히 주님 앞에 엎드립시다. 요란한 세상의 소음을 끄고, 내면의 귀를 열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그 조용한 음성을 기다립시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시다. “주여, 말씀하옵소서. 당신의 종이 듣겠나이다.”
이는 단지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전 인생을 들이는 고백입니다. 오직 그분의 말씀이 나를 살게 하며, 나의 길을 인도하게 하소서.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깨닫고, 살아가게 하소서. 주님께서 영생의 말씀을 가지고 계시기에, 우리는 주님 외에는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이 고백이 오늘 당신의 하루, 그리고 인생 전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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