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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야기

영혼이 자라는 계절들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1. 18.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편 46:10)

영혼의 성장은 계절을 닮았습니다. 봄의 설렘과 여름의 풍성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겨울의 침묵과 정화, 고요함 속에서의 내려놓음, 사랑 중심의 갈망, 성령께서 주시는 소원, 단순함의 환한 능력, 그리고 총체적 죽음을 지나 굳어진 뿌리까지…

영적 성장은 감정의 고양이나 종교적 경험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
내면 변형의 오랜 과정’입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여섯 가지 영적 장면으로 나누어 따라가며,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봅니다.

성장의 겨울을 맞이하다 - 잃어버림 속에서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 우리는 흔히 “하나님이 나를 축복하신다”는 말을 번영과 풍성함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가장 깊이 만지시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겨울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계절입니다. 나무는 푸르던 잎을 모두 잃고, 아름다움도 생기력도 없어 보입니다. 마치 우리의 신앙이 어떤 시기에 갑자기 힘을 잃고, 감정도 식고, 기도도 메마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겨울은 생명이 죽는 계절이 아니라, ‘
겉의 것’이 떨어지고 ‘뿌리’가 강화되는 계절입니다.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의 겉옷 같은 것인 칭찬, 성취감, 영적 활력, 심지어는 우리가 확신하던 신앙의 감정을 가져가십니다. 이는 벌이 아니라, 정화입니다.

하나님은 하시려는 일을 위해 우리의 ‘
겉가지’를 잘라내십니다. 우리 안에 깊이 숨겨져 있던 자아의 결함들이 드러나는 아픈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혼의 겨울에는, 뿌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감정이 사라져도, 의지가 흔들려도, 영적 생명은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들어갑니다.

고요히 머무르는 법을 배우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시작되는 순종. 신앙의 성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더 열심히’ 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더 기도하고, 더 봉사하고, 더 헌신하고, 더 결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신앙은 ‘고요히 머무르는 법’을 배울 때 자랍니다. 고요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기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내 의지를 앞세워 하나님을 ‘도와드리려’ 할 때, 사실은 하나님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
내 앞에 잠잠하라. 너를 쓰는 이는 너 자신이 아니라 나다.”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은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시간입니다. 휴대폰을 끄고, 계획을 멈추고, 성취하려는 열심도 내려놓고, 그냥 하나님 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비로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내가 네 안에서 일하겠다.

욕구의 출발점을 살펴보라 - 사랑이 아닌 경건은 육적이다. 우리의 순종은 무엇에서 시작되는가? “사랑이 아닌 복종은 육적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랑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혹시 하나님에게서 평안을 얻기 위해? 문제를 해결받기 위해? 영적 기쁨을 맛보기 위해? 천국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그 어떤 목적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 자체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참된 사랑은 소리치지 않습니다. 잔잔합니다. 뜨겁고 활발해 보이기보다, 평온하고 고요한 열정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메마름 속에서도 유지됩니다. 감정이 없고, 응답이 없고, 위로가 없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
그분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 이것이 영혼의 성숙입니다.

마음의 소원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 성령께서 속에서 일으키시는 진짜 갈망. 나는 이런 것을 원합니다.” “저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세요.” 우리는 종종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하지만 "참된 갈망은 하나님께서 먼저 심으시는 것이다." 성령은 우리 안에 거하시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중보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할 그릇이 되도록 마음을 준비시키신 후, 뜻에 맞는 소원을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게 하십니다.

그래서 진짜 영적 성장의 표시는 “
응답을 받았는가?”가 아니라, “소원을 주신 분이 누구신가?”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다면, 그 소원조차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우리는 기도의 응답을 자랑할 수도, 자부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시작하시고 이루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함의 능력을 소유하라 -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물 같은 영혼’. 성분이 순수한 것은 구조가 단순하다.” “단순한 영혼은 물과 같다.” 물은 색이 없고, 맛이 없고, 모양도 없습니다. 어떤 그릇에 담아도 그 모양대로 순응합니다. 그러나 물은 약한 것 같아 보이지만 강력합니다. 어디든 스며들고, 모든 것을 적시고, 바위를 깎아냅니다.

하나님이 다루실 수 있는 영혼은 바로 이런 영혼입니다. 자기 고집, 자기 판단, 자기 계획, 자기 주장, 자기 소유 등, 이것들을 내려놓고 ‘단순하게 하나님께 맡겨진 의지’를 가질 때, 성령은 영혼을 통해 자유롭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단순함은 무지함이 아니라, 자아의 복잡성을 내려놓은 순수함입니다. “
나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채우시고 사용하십시오.” 이런 영혼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축복도 욕심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철저히 주님 안에 뿌리를 내려라 - 총체적 죽음 이후의 진짜 자유. 영적 성장의 마지막 장면은 고요하고도 깊습니다. “하나님 안에 뿌리를 내린 사람은, 하나님 아닌 것에서는 기쁨을 얻지 못한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의 즐거움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적 기쁨조차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일 뿐 본질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고난 속에서 도망치려는 마음이 가장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우리는 하나님 아닌 다른 위로를 찾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혼이 성숙해질수록 고난은 피하지도, 억지로 버티지도 않고 그저 하나님이 주시는 몫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지점에서 영혼은 세상의 어떤 것도 붙잡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가지 진실에 도달합니다. “
하나님 외에는 나를 살게 할 것이 없다.”

이것이 총체적 죽음의 상태입니다. 자아가 죽고, 감정이 죽고, 욕망이 죽고, 하나님만이 영혼의 유일한 숨이 됩니다. 그때 영혼은 진정으로 견고해집니다.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고, 기쁨이 없어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고난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 영혼은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영혼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하나님께로 자랍니다. 영적 성장의 길은 화려한 기적이나 감정적 부흥이 아니라, 고요, 겨울, 단순함, 사랑, 포기, 뿌리의 길입니다. 영혼의 성장은 ‘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 맡긴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부터 천천히, 깊게, 확실하게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깨닫습니다. 겨울이 끝났을 때 내 안에서 가장 깊은 뿌리가 하나님께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