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창세기 6:5)
창세기 6장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어두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원래 선하고 아름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타락했고 그들의 삶은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본문은 특별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결혼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창조 질서가 무너지고 왜곡된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하지 아니하리니”(창 6:3)라고 말씀하시며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120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주십니다. 즉각적인 멸망이 아니라, 회개의 기회를 허락하신 것입니다.
이 구절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신(루아흐)’은 성령의 내주를 의미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생명의 힘, 곧 존재를 유지하는 하나님의 숨결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그 힘이 아니고서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죄로 인해 그 생명의 힘에서 끊어지고, 하나님과의 교제가 차단되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는 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택하신 자들에게 다시 그 생명을 회복시키시는 은혜의 길을 열어주셨음을 증거합니다.
노아의 시대는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기 직전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노아를 통해 방주를 준비하게 하시며 120년 동안 인류가 돌이킬 기회를 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들은 눈앞의 힘과 쾌락, 자신의 자랑거리에 몰두하다가 결국 심판에 휩쓸려 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24장에서 말씀하시기를,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심판이 다가오는 은혜의 유예기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살아갑니다.
이 어두운 시대 가운데서 창세기 6장은 한 가지 밝은 빛을 보여줍니다. 바로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 6:8)는 말씀입니다. 노아가 특별히 의롭거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그 은혜로 인해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 수 있었고, 결국 하나님의 심판 속에서 구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의 관계를 혼인의 관계로 묘사합니다. 신랑 되신 하나님과 신부인 백성 사이에 맺어진 언약의 사랑은 거룩하고 신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신을 섬기고 세상과 손잡으며 이 언약을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상을 섬기는 것을 ‘영적 간음’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책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을 알려 주는 책입니다. 창세기 6장은 인류가 왜 홍수 심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께서 그 심판의 이유를 단순히 "사람들의 죄가 많았다"라고 하지 않으시고, "혼인 관계의 왜곡"을 지적하셨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창 6:2) 이 구절은 단순한 결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 질서와 언약적 관계가 무너진 사건이었습니다. 결혼은 하나님께서 인간과 맺으신 언약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일관되게 하나님과 그의 백성의 관계를 부부의 관계로 묘사합니다.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이 여호와의 아내로, 신약에서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부로 불립니다. 결국, 혼인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거룩한 표지인 것입니다.
하지만 창세기 6장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무시한 채, 자기 욕망과 자기 자랑을 위해 혼인을 이용했습니다. ‘아름다움을 보고’라는 표현은, 외모와 욕망에 따라 혼인을 결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 관계를 맺은 것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생명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생명력이 떠나간 인간은 그저 살과 피뿐인 존재가 됩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지만, 사실상 ‘죄와 허물로 죽은 자’가 된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하나님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너무도 뼈아프게 보여줍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자기 욕망에 따라 혼인을 왜곡하고, 관계를 소비하며, 하나님 없는 삶을 즐깁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만이 구원을 얻는다. 그 은혜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부어진 생명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하나님과의 혼인 관계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자기 욕망을 좇아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따르며 살고 있는가? 내 삶의 중심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는가, 아니면 나의 만족에 있는가?
노아의 시대와 같은 세상 속에서,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만이 심판을 면하고 방주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그 은혜를 입은 자들은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성경의 처음(창세기)에서 무너진 혼인 관계가, 끝(요한계시록)에서는 어린양과 신부의 완전한 혼인으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과의 참된 언약적 혼인 관계를 끝까지 지켜가는 여정입니다.
혼인은 단순히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의 백성의 언약을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그리고 혼인 관계의 왜곡은 곧 하나님과의 관계 왜곡이며, 심판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은혜를 입은 자는 구원받고 하나님과 동행하게 됩니다. 마지막 날, 은혜 입은 자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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