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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야기

익숙함의 착각과 주님의 음성 듣기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9. 26.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마태복음 24:42)

우리는 누구나 착각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교정하려 하면 오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글자를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글 속에 분명 오자가 있어도 마음속에서는 그 글을 이미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으니 실수를 놓치고 맙니다.

삶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정도 외지에 살다 돌아오면 고향이 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늘 살아온 사람들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합니다. 너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냄새도 그러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처음 오면 김치 냄새 때문에 불편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냄새가 전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익숙해진 것입니다.

우리의 감각은 이렇게 쉽게 환경에 적응합니다. 문제는 영적인 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영적 분별력은 익숙함 속에서 무뎌지고, 신앙도 타성에 젖어버릴 수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이것을
‘가정(assumption)’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익숙함에서 오는 착각이 결국 영적 분별력을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성령의 음성은 내면에서 울려오는 조용한 소리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의 신호가 우리 영을 거쳐 마음과 지각에 이르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왜냐하면 각 사람의 지식, 경험,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여러 색깔로 굴절되듯, 하나님의 음성도 우리 영을 통과하면서 각자의 언어와 경험의 옷을 입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같은 설교를 들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은혜를 받습니다. 목회자가 성경을 해석할 때와 평신도가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성령의 음성은 우리가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영어를 잘 못 듣는 사람이 영어를 우리말 비슷하게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자신이 가진 틀 속에서 듣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이런 한계를 아시고, 오히려 그 한계를 사용하십니다. 그래서 성도마다 다르게 깨닫게 하시고, 그 깨달음을 통해 하나님을 풍성히 경험하게 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님의 음성 듣기는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기준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관적이되, 반드시 믿음으로 분별하고 공동체 안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바로 그런 분별의 장입니다.

혼자만의 경험에 매여 있다 보면 잘못된 습관이 굳어져 왜곡된 신앙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이것을
‘굴절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바른 교훈을 들어도 마음을 닫아버리고, 결국 이단이나 독단적 신앙 태도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도의 삶은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내 경험이 성경적이고 바른 것인지, 함께 점검하며 교정받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성령의 감동, 천사의 음성, 예수의 영의 음성, 혹은 악한 영의 속삭임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모두 우리 영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신체의 감각이나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소름이 돋으면 단순한 기온 차라고 생각하고, 환상을 보아도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라 여기고,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그냥 잡생각이라고 치부합니다. 이처럼 영적 신호를 거부하거나 무시할 때, 우리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도의 훈련은 영적 분별을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자주, 깊이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다 보면 점점 더 주관성에서 벗어나 원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숙해집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신비한 체험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신앙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다림줄로 점검받는 과정입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익숙함에 젖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령의 음성을 듣는 훈련은 곧 경건훈련입니다. 경건은 성령 충만을 구하는 태도 속에서 유지됩니다. 같은 믿음 안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말씀과 기도로 검증할 때 주님의 음성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성령의 음성 듣기는 신비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은혜의 수단입니다. 우리는 각자 착각과 타성에 젖기 쉬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깨어 있으라”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기도하며, 성령 충만을 사모하며, 말씀 앞에서 겸손히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하나님의 다림줄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다듬어집니다.

그러므로 성도의 삶에서 음성 듣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늘 새롭게 하고, 영혼을 경건으로 단련시키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요한계시록 2:7)

“너희는 모든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요한일서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