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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이야기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9. 10.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

무덤은 아늑하고 개인적인 공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침묵만이 있을 뿐, 결코 포옹이나 대화는 없습니다. 무덤이 평안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곳은 더 이상 생명이 오가지 않는 장소입니다. 만약 우리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에 스스로를 닫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살아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작은 무덤에 가두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관계 안에서 치유되고 성숙합니다. 혼자만의 고요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회복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고통을 마주할 때 외면합니다. “
괜히 얽혀서 상처받을까 봐”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오히려 나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남은 자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그 비극의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나누었습니다. 낯선 이들이 서로 안아주었고, 기도했고, 위로했습니다.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큰 참사가 터져야만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평소에는 스스로를 지키려 벽을 쌓다가, 비극이 닥쳐야만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관계에는 분명 위험이 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오해가 생기고, 사랑할수록 상처받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러나 영국의 시인 테니슨 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사랑하고 실연하는 것이 전혀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값지다.” 상처받을지라도 사랑한 경험은, 사랑조차 하지 않은 공허한 삶보다 훨씬 깊은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한 지체가 큰 아픔을 겪을 때,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하는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고, 혹시 더 큰 상처를 줄까 싶어 피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
당신이 뭐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했어도 힘이 되었을 거예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관계는 완벽한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울고, 함께 있어 주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고 명하셨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십자가에까지 이르신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하늘에서 멀리서 사랑을 외치신 분이 아니라, 우리와 연약한 육신을 함께 입으시고, 죄인들의 고통 속에 들어오신 분이셨습니다.

바울 사도 역시
“너희는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라디아서 6:2)고 권면합니다. 누군가의 짐을 진다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함께 지고 갈 때, 오히려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실재로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는 생명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를 껴안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웃고 아파하는 경험은 결국 나 자신을 치유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은 무덤 같은 고립에서 벗어나 생명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그러므로 혹시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다칠까 두려워 물러나려는 순간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다가가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함께하는 그 순간, 당신도 치유되고, 상대방도 살아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죄와 죽음의 짐을 친히 지시고 우리를 품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된 우리는 고립된 무덤 같은 삶에서 벗어나, 서로 사랑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며, 우리 자신도 살아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