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어지는 유혹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의 지식, 경험, 능력, 감정, 심지어는 영적인 체험까지도 누군가가 그것에 감탄하거나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온전히 털어놓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는 것을 다 말하지 않고, 가진 것을 다 보여주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조절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내어 놓으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기대’하는 존재입니다. 기대가 살아 있을 때 우리는 계속해서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다음 행동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능력과 매력을 단숨에 다 드러내버린 사람에게는 더 이상 놀라움이 없게 됩니다. 기대가 끝나면 관심도 식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일과 학문, 신앙, 심지어 예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절제된 표현, 숨은 실력, 감춰진 지혜는 오히려 더 큰 빛을 발합니다. 마치 숙련된 매사냥꾼이 사냥에 필요한 수의 매만 띄우듯, 진정한 지성인은 자신을 필요한 만큼만 내세웁니다. 과도한 노출은 곧 낭비이자 고갈을 의미합니다.
사실 모든 자산은 지식이든, 시간이든, 감정이든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지성과 능력을 분별 있게 관리하며, 때에 맞게 드러내고 때에 맞게 감춥니다. 이는 단순한 계산이 아닌, 자신을 향한 절제이자 타인을 향한 배려입니다.
또한 이러한 조절은 단지 외적인 ‘전략’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내면의 ‘성숙함’과도 직결됩니다.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지금 이 순간이 ‘어떤 때’인지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성급함이 없습니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나서지도 않습니다. 그는 침묵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무엇보다도 ‘다음’을 준비할 줄 압니다.
신중함은 숨기는 것이 아니고 절제는 겁먹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더 나은 방식으로 나타내기 위한 준비’이며, ‘더 많은 영향력을 위한 전략’입니다. 반짝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도록 따뜻한 빛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아껴야 합니다.
마치 예술가가 마지막 붓질을 아껴 걸작을 완성하듯, 우리도 인생이라는 캔버스 위에 신중하고 절제된 터치를 남겨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우리를 단번에 알아보지는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진짜 존중과 경탄이 시작됩니다.
자기 자신을 조절하십시오. 그래야 끝까지 살아남고, 끝까지 신뢰받고, 끝까지 빛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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