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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말씀 묵상

잠언 - 부러진 이와 위골된 발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5. 3.

"환난 날에 진실하지 못한 자를 의뢰하는 것은 부러진 이와 위골된 발 같으니라"(잠언 25:19)

하인리히 하이네가 루브르 박물관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울던 날,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었습니다. 한때 유럽 문학계를 호령하던 시인이었습니다. 날카로운 언어로 시대를 조롱하고, 자유를 노래하며, 신과 종교의 굴레를 경쾌하게 벗어던졌던 그 하이네가, 이제는 척수마비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발을 질질 끌며 박물관 복도를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쪽 눈은 이미 빛을 잃었고, 나머지 한쪽 눈은 눈꺼풀조차 스스로 들지 못해 손가락으로 붙잡아야만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린 채, 그는 밀로의 비너스 앞에 쓰러졌습니다.

그는 여신의 발치에 엎드려 돌들도 동정할 만큼 비통하게 오래도록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여신이 나를 자비롭게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여신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팔이 없어서 당신을 도울 수 없다는 걸 모르세요?'" 아름다운 대리석 여신은 말이 없었습니다. 품어줄 팔이 없었습니다.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이네는 평생 신 대신 예술을, 신앙 대신 자유를, 하늘 대신 이 땅의 아름다움을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환난의 날, 그가 기댈 곳이라고 찾아간 곳은 팔도 없고 온기도 없는 돌덩어리 앞이었습니다.

잠언은 말합니다.
"환난 날에 진실하지 못한 자를 의뢰하는 것은 부러진 이와 위골된 발 같으니라."(잠 25:19) 부러진 이로 음식을 씹으려 해본 적이 있습니까? 위골된, 즉 탈골된 발로 걸으려 해본 적이 있습니까? 가장 간절한 순간에 가장 무력한 것에 기대는 것이 잠언이 그리는 비극의 초상입니다.

인간은 평소에 여러 것들에 기댑니다. 재물, 명성, 인맥, 건강, 그리고 사람입니다. 좋은 시절에는 그것들이 모두 든든해 보입니다. 이가 단단한 것처럼, 발이 멀쩡한 것처럼, 그러나 환난이 찾아오는 날, 그것들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부러진 이처럼, 탈골된 발처럼 말입니다.

한 기업인이 있었습니다. 사업이 번창할 때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넘쳤습니다. 식사 자리에는 늘 십여 명이 함께했고, 경조사에는 화환이 복도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친구라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무너지고, 법정 관리가 시작되고, 핸드폰 벨소리가 멈추기 시작하던 날, 그는 비로소 그 모든 관계는 그의 명함에 적힌 직함과 맺어진 것이었지, 그 자신과 맺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러진 이였습니다. 탈골된 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언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말씀의 이면에는 질문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환난 날에 진실한 자는 누구입니까? 요한복음 11장에 나사로의 무덤 앞에 서신 예수님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흘째 무덤 속에 누운 나사로, 그 앞에서 오열하는 마리아와 마르다, 그리고 함께 울고 있는 예수님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가장 짧은 구절인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 11:35)동시에 가장 깊은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무덤 밖에서 기다리신 것이 아니라, 슬픔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골고다의 십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환난이 절정에 달하는 바로 그 자리에 그분이 먼저 계셨습니다. 버림받음, 고통, 죽음, 예수님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친히 내려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환난 날에 먼 곳에서 조언을 건네는 분이 아니라, 그 환난 한가운데 함께 있어 주시는 분입니다.

하이네가 찾아간 비너스 여신에게는 팔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가는 예수님께는 못 자국 난 두 팔이 있습니다. 그 팔로 우리를 품으시고, 우리의 짐을 짊어지십니다. 인생의 가장 혹독한 겨울이 찾아올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언가에 기대려 합니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무엇에 기대느냐입니다.

부러진 이에 기대는가, 탈골된 발에 의지하는가, 아니면, 환난 날에도 변하지 않으시는 그분께 나아가십니까? 하이네는 돌 여신의 발치에서 울다가 아무런 위로 없이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고백합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시 23:4)

이것이 차이입니다. 팔 없는 여신 앞에서의 울음과, 못 박힌 손으로 나를 붙드시는 분 앞에서의 울음, 그 울음의 끝이 다릅니다. 하나는 공허한 대리석 앞에서 멈추고, 하나는 살아계신 분의 품 안에서 비로소 쉽니다. 환난 날, 그분께로 가십시오. 그분만이 우리의 부러진 이가 아니시며, 탈골된 발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진실한 친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