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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장자권을 파는 에서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5.

헨드릭 테르 브루겐, <장자권을 파는 에서>, 1627,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해산 기한이 찬즉 태에 쌍둥이가 있었는데 먼저 나온 자는 붉 고 전신이 털옷 같아서 이름을 에서라 하였고 후에 나온 아우 는 손으로 에서의 발꿈치를 잡았으므로 그 이름을 야곱이라 하였으며 리브가가 그들을 낳을 때에 이삭이 육십 세였더라. 야곱이 죽을 쑤었더니 에서가 들에서 돌아와서 심히 피곤하 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가 피곤하니 그 붉은 것을 내가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러므로 에서의 별명은 에돔이더라 야곱이 이 르되 형의 장자의 명분을 오늘 내게 팔라 에서가 이르되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야 곱이 이르되 오늘 내게 맹세하라 에서가 맹세하고 장자의 명 분을 야곱에게 판지라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 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 볍게 여김이었더라." (창세기 25:24~26, 29~34)

에서는 밭에서 일을 마치고 집 앞에 이르자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틀림없이 맛있는 팥죽 냄새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와 동생 야곱 앞에 팥죽이 있었습니다. 에서가 성급히 팥죽이 담긴 그릇에 손을 대려고하자 야곱이 아직 아버지도 드시지 않았다며 에서를 막아섰습니다.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었던 에서에게 야곱은 장자권을 주면 팥죽을 먹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에서는 야곱에게 장자 권을 주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림의 왼쪽에 앉아 그릇에 손을 대는 사람이 에서입니다. 오른쪽에 야곱이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이 거래의 중요한 중인인 어머니 리브가가 서 있는데, 그 위치가 야곱과 대칭을 이룹니다. 야곱의 등 뒤 그늘에는 아버지 이삭도 보입니다. 이삭도 하나님과 함께 이미 이 거래의 전말을 아는 것 같습니다(창 25:23 ). 훗날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의 계략으로 팔에 염소 가죽을 둘려서 에서인 것처럼 꾸며, 눈이 어두운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의 축복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선조가 됩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왜 야곱처럼 속임수를 쓴 자에게 장자권과 같은 복을 주셨을까요?

하나님은 야곱에게 복을 주신 것이 아닙니다. 야곱은 평생 에서의 복수가 두려워 잠도 제대로 못 이루며 도망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또 갈비뼈가 부러져 불구자가 되는 곤궁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내를 얻기 위해 14년이나 머슴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나님은 욕심과 거짓이 가득한 야곱을 고난으로 연단시켜 결국 당신의 사람으로 만드셨습니다.

인간은 단지 행위의 선악만으로 복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합니다. 하나님은 이미 두 아들이 태어 나기 전부터 야곱을 택하셨습니다(창 25:23), 에서는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았고(창 25:33), 이방인 여성과 결혼하는 등(창 26:34) 처음부터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야곱을 쓰시기에 앞서, 그가 길고 힘겨운 고난의 시기를 보내게 하셨습니다. 고난은 그것 자체가 축복입니다. 고난은 하나님께서 복을 내리시기로 하셨다는 은혜를 깨닫는 과정 이기 때문입니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히브리서 12:11)

에서는 장자권을 한 그릇 팥죽과 바꾸었습니다. 배고픔이라는 순간의 감정과 필요 앞에서,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진 가장 크고 거룩한 유산을 너무도 가볍게 여겼습니다.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창 25:32)라는 그의 말은,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가치를 이 세상적인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눈앞의 현실이 영원한 진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에서는 결국, 하나님 나라에서 자신의 몫을 잃은 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어땠을까요? 그는 장자권을 욕심냈지만 정직하게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속이고 빼앗았습니다.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망자의 삶이었습니다. 외롭고 고된 광야에서, 삼촌 라반의 집에서, 형 에서의 칼날 앞에서, 억울한 일과 두려움과 깊은 절망 속에서 그는 꺾이고 낮아지고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그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얍복 강가에서 환도뼈가 부러지는 밤, 하나님과 씨름하는 자리에서 그는 진짜 ‘
야곱’에서 ‘이스라엘’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야곱을 택하셨지만, 그를 있는 모습 그대로 쓰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복은, 단지 선택의 결과로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손에 깎이고 연단되며 변화된 자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야곱은 속이는 자였으나, 고난을 통해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가 되었습니다. 그 긴 여정은 인간적인 계산과 욕망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
은혜의 여정’이었습니다.

에서는 장자권을 팔아버렸습니다. 야곱은 장자권을 훔쳤습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단순히 행동의 차이가 아닙니다. 에서는 하나님의 복에 대해 아무런 갈망도 없었고, 야곱은 잘못된 방식일지라도 그것을 사모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악을 묵인하신 것이 아니라, 그를 깨뜨려서 복을 감당할 사람으로 만드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인간의 자격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으로 시작되지만, 고난을 통해 참된 순종과 믿음이 빚어져 가는 그 길이 바로 우리 각자의 신앙 여정입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난은 어쩌면 야곱처럼 하나님께서 나를 연단하시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고난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새롭게 세우시는 은혜의 도구입니다. 장자권의 복을 값없이 받은 우리는, 그 복을 값지게 살아내야 할 사명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 그 고난 끝에 맺게 될 그 열매를 소망하며, 오늘도 하나님 앞에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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