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전도서 1:1~3)
전도서에서 “전도자”로 번역된 단어 ‘코헬렛’은 모은다는 뜻의 ‘카할’에서 나온 말입니다. 구약의 회중이 모이는 자리, 신약의 교회를 뜻하는 ‘에클레시아’와 연결되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전도서는 단순한 개인의 철학적 성찰이 아니라 하나님께 부름받은 자들에게 선포되는 말씀입니다.
그 전도자는 다윗의 아들, 곧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지혜롭고 풍요롭고 영광스러웠던 솔로몬입니다. 그는 하나님께 받은 듣는 마음, 전무후무한 지혜, 부와 영광, 권세를 바탕으로 사람이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본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입니다. “모든 것은 헛되다. 해 아래의 모든 수고는 아무 유익이 없다.”
왜 모든 것이 헛될까요? 창세기 2장 7절은 인간의 본질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신 후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을 때 비로소 생령(네페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타락 이후 그 생명은 끊어졌고, 사람은 갈망하는 존재로 살아가다가 결국 육신, 썩어질 존재가 됩니다.
이사야 2장 2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 그의 호흡은 코에 있나니 셈할 가치가 어디 있느냐.” 여기서 말하는 호흡은 생명이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기운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을 잃은 인간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갈망하지만, 채워지지 않고, 결국 허무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도서의 “헛됨”은 단순한 허무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이 떠난 인류의 실존 상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헛됨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유는 영적 눈이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헛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4장 4절은 말합니다. “이 세상의 신이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 영적 눈이 가려진 사람은 아무리 헛된 것을 붙잡아도 헛된 줄을 모른 채 더 깊이 빠져 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이런 헛된 것들, 한번 누려보고 나서 헛된 줄 알면 좋지 않겠냐고.” 그러나 그것은 지혜자의 경고를 듣지 않는 어리석음입니다. 헛될 것이 이미 판명되었는데도 다시 손을 대려 하는 것은 하나님의 생명 없이 욕망과 갈망으로 움직이는 생명의 모습일 뿐입니다.
이사야 55장은 우리 존재의 목마름을 정확하게 폭로합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이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왜냐하면 하나님의 생명이 떠난 인간은 생명을 주지 못하는 것을 평생 붙잡고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참된 생명의 양식을 값없이 주십니다.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 영혼이 살리라.” 이 생명은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 곧 언약을 이루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시편 2편은 세상의 분요한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하나님의 생명에서 끊어진 세상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날마다 요란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헛된 시도를 비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의 왕을 시온에 세웠다.” 우리의 생명은 해 아래 있는 헛된 왕국이 아니라 해 위의 왕,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분에게 입 맞추지 않는다면(시편 2:12) 어떤 인간의 수고도 헛됨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헛됨을 아는 것이 은혜의 시작입니다. 전도서 1장은 우리를 절망시키기 위한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헛됨을 알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의 시작입니다. 왜냐하면 해 아래의 모든 것이 헛되다는 사실을 알아야 비로소 해 위에서 내려오는 생명, 곧 예수 그리스도를 찾기 때문입니다.
지금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생명이 아닌 것과 썩어질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 살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죽은 자의 상태입니다. 헛됨을 보는 눈을 열어주시고 참 생명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을 붙드는 순간, 우리의 헛된 삶은 언약의 생명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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