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으로 야곱은 죽을 때에 요셉의 각 아들에게 축복하고 그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경배하였으며”(히브리서 11:21)
누군가의 임종을 지켜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에는 세상의 말과 이성의 설명이 무의미해지고, 오직 영혼의 언어만이 남습니다. 임종의 자리는 인간이 가장 벌거벗은 채로,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자리입니다. 그 순간에 드려지는 기도는 단순히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 생애와 믿음의 고백,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마지막 응답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단순히 “죽음 앞의 기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야곱은 죽을 때 “경배”하였습니다. 단지 탄원하거나 간구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위엄 앞에 몸과 마음을 엎드려 찬양과 감사와 영광을 드렸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참된 예배의 정수를 보게 됩니다.
임종의 순간은 모든 휘장이 걷히는 시간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여러 휘장에 가려 살아갑니다. 세상의 염려, 육신의 연약함, 죄의 유혹, 그리고 바쁜 일상.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선명히 보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 마지막 순간, 육체의 장막이 벗겨지고 영혼이 하나님의 궁전 앞에 가까이 다가갈 때, 그 어떤 휘장도 남지 않습니다. 이때 드리는 기도는 더 이상 억지스러운 문장도 아니고, 배운 형식도 아닙니다. 그건 바로 영혼의 언어이며, 믿음의 마지막 고백입니다.
야곱처럼, 마지막까지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가 되십시오. 야곱은 죽기 직전,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하나님께 경배하였습니다. 이는 그가 죽음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했고, 여전히 하나님께 드릴 것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여정을 회상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예배는 단지 주일에 교회에 가는 행위가 아니라, 삶 전체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배의 절정은, 삶의 마지막에서 드러납니다.
죽음 앞에서 드리는 예배는 우리가 일생 동안 드렸던 예배의 총합이자 결론입니다. 우리 생애의 예배가 진실했다면, 임종의 예배는 그 가장 깊고 선명한 표현이 됩니다. 그 예배 안에는 눈물과 회개의 고백이, 감격의 찬양이, 그리고 영원한 하나님을 향한 기대와 소망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의 기도와 예배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깁니다.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믿음의 모습, 마지막까지 하나님을 찬양하는 입술, 그리고 천국의 소망을 말하는 음성은, 듣는 자의 마음에 말할 수 없는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임종의 순간은, 가장 위대한 설교가 됩니다. 살아 있는 설교보다 더 설득력 있는 메시지입니다. 왜냐하면 이 설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로 드려지는 예배의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임종에서 참된 믿음을 보게 되고, 남편은 아내의 마지막 고백에서 천국의 소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육신이 꺼져가는 자리에서, 영혼의 빛이 더욱 밝게 타오르는 기적의 순간입니다.
죽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의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 죽음은 하나님께 드리는 마지막 예배의 시간입니다. 그 순간조차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 해야 할 마지막 의무를 깨닫게 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기는 것이 믿는 자의 임종이며, 그 죽음은 단지 삶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 이르는 문 앞에서 드려지는 마지막 제사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까? 오늘의 예배가 진실하고 하나님 중심적이라면, 우리의 마지막 예배도 그에 상응하는 영광스러움으로 드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삶이 형식적이고 외식적이라면, 그 마지막 순간조차도 무의미하고 공허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임종의 순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 드리는 예배가, 그 마지막 예배의 모형이 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야곱처럼, 우리의 마지막이 예배가 되기를. 그 예배가 우리에게 남겨진 이들에게 살아 있는 설교가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유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죽고자 한다. 나는 하나님께 예배하며 죽고자 한다.” 이 고백이 우리의 마지막 고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스라엘의 죽을 날이 가까우매 그가 그 아들 요셉을 불러 그에게 이르되 … 내가 내 조상들과 함께 눕거든 너는 나를 애굽에 장사하지 말고 … 요셉이 이르되 아버지의 말씀대로 행하리이다 하니, 이스라엘이 이르되 내게 맹세하라 하매 그가 맹세하니 이스라엘이 침상 머리에서 경배하니라.”(창세기 47: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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