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노승이 젊은 수행자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수행자는 대답했습니다. “평화를 얻기 위해 왔습니다.” 그러자 노승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네가 먼저 평화를 주어야 하느니라.”
이 이야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평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그 평화를 얻기 위해, 먼저 내 안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심, 과도한 비교, 끝없는 욕심, 사소한 자존심 싸움 등은 우리 안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키며, 삶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자는 삶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다스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삶의 소음 속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걷습니다. 듣되 다 말하지 않고, 보되 다 드러내지 않으며, 불필요한 말보다 침묵의 지혜를 택합니다. 다툼을 피한다고 해서 비겁한 것이 아닙니다. 피할 수 있는 싸움을 피하는 것은 용기이고, 피하지 않아야 할 싸움만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소망은 평화를 지속시키는 불씨입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바쳐 부와 명예를 얻었고, 자신이 바라던 모든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깊은 우울에 빠졌습니다. 더 이상 소망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는 무엇을 바라야 하지?” 그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고, 그 순간부터 불안과 두려움이 그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충족은 곧 공허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언제 가장 생기 있고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를 돌아보면, 그것은 바로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을 때입니다. 산을 오르며 정상에 도달하기 전의 그 긴장감, 책을 읽으며 결말을 추측할 때의 설렘,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속의 떨림, 그런 순간들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다 채우려 하지 말고, 반드시 '남겨둘 것'을 남겨야 합니다. 더 알고 싶은 것, 더 사랑하고 싶은 대상, 더 자라고 싶은 나, 이러한 소망은 삶의 평화를 깨뜨리는 욕심이 아니라, 삶을 붙드는 희망의 불씨입니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여길 때, 삶은 무너지고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소망이 끝나는 지점에 불안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과도한 정보와 감정에 시달립니다. 매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모든 일에 감정을 투자하다 보니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도 쉽게 휘둘립니다. "왜 저 사람이 나에게 저렇게 말했을까?" "그 뉴스는 왜 이렇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걸까?"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지?"
그렇기에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덜 담는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말, 행동, 이슈에 스스로를 너무 자주, 깊이 개입시키는 것은 영혼을 지치게 만듭니다. 꼭 담아야 할 것만 담고, 나머지는 흘려보낼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 말은 무관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무관심은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이지만, 지혜로운 평정은 나를 바깥으로 여는 대신 그 안에서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자는 생명을 사랑하는 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마태복음 5:9) 평화는 단지 외부 상황이 조용한 것이 아니라, 내부 세계가 고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진정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평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평화는 싸워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음으로 허락받는 것입니다.
삶은 우리에게 때로 다퉈야 할 순간, 싸워야 할 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평화는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다투지 않음으로, 지나치게 바라지 않음으로, 마음을 덜 담음으로, 우리는 더 풍성히 살 수 있습니다.
삶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강물 위에 평화의 배를 띄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입니다. 평화롭게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생명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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