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이 다윗 왕에게 말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나님의 궤로 말미암아 오벧에돔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에 복을 주셨다 한지라. 다윗이 가서 하나님의 궤를 기쁨으로 메고 다윗 성으로 올라가니라."(사무엘하 6:12)
우리의 삶에는 종종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지 않으시고,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시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윗의 인생에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왕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정치적 안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하나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열심이 항상 지혜롭거나 올바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최고의 예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새 수레를 준비하고, 3만 명의 정예병을 동원하여 성대하게 법궤를 운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윗은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율법을 통해 법궤를 어떻게 운반해야 하는지 명하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법궤는 사람의 손이나 수레에 실려야 할 물건이 아니라, 거룩히 구별된 레위인의 어깨 위에 메어져야 할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방인의 방식을 따랐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전에 법궤를 보낼 때 새 수레에 실었던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결과는 비극이었습니다. 소가 날뛰자 우사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법궤를 붙잡았고, 하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그를 치셨습니다. 성경은 그가 비참하게 죽었다고 기록합니다.
다윗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했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여호와의 궤가 어찌 내게로 오리요”라고 외치며, 그 길을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 궤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집, 곧 오벧에돔의 집에 두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법궤는 오벧에돔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단 석 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집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성경은 단 한 줄로 그 사실을 요약합니다. “여호와의 궤가 오벧에돔의 집에 석 달을 있었는데, 여호와께서 오벧에돔과 그의 온 집에 복을 주시니라.” (삼하 6:11)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생명이 피어납니다. 그의 가축이 번성했고, 자손이 풍성해졌으며, 그 집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평강과 기쁨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축복은 물질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자체였습니다.
오벧에돔은 단지 레위 사람으로서 법궤를 맡아 보관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 임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집은 곧 작은 성막이 되었고, 그 거실과 방 안에는 하나님의 평화가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오벧에돔에게 복을 주신 이유는 단지 그의 경건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복을 통해 다윗의 마음을 다시 일깨우고자 하셨습니다. 법궤가 오벧에돔의 집에 머문 지 석 달이 되었을 때, 다윗은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벧에돔과 그의 집에 복을 주셨습니다!" 그 소식은 다윗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습니다. “그래,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계시구나. 그분의 임재는 두려움이 아니라 복이시구나.”
다윗은 무릎을 꿇고 다시 율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이번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레위 사람들을 불러 궤를 어깨에 메게 했습니다. 그리고 찬양과 제사로 가득한 행렬 속에 하나님의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셨습니다. 하나님은 오벧에돔을 축복하심으로 다윗의 마음을 두드리셨습니다. 그의 두려움은 다시 경외로 바뀌었고, 그 경외는 다시 사랑으로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벧에돔은 어떠했을까요? 그는 석 달 동안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 이후,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법궤가 예루살렘으로 옮겨질 때, 그는 그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의 여덟 아들도 함께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집 문지기가 되기를 자원했습니다. 그들은 영광의 임재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고백은 시편 84편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 84:10) 오벧에돔과 그의 자손들은 이 한 문장으로 자신들의 인생을 요약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곁에 있는 하루가 세상의 천 날보다 낫다는 고백이 복의 본질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십니다. 어쩌면 우리도 다윗처럼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자기 방식으로 신앙을 행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순종보다 ‘좋은 의도’를 앞세우며, 우리의 열심이 하나님의 뜻을 가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 삶 속의 ‘오벧에돔’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나 공동체의 복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여전히 너와 함께 있고, 너를 부르고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진짜 복은 물질이나 성공이 아닙니다. 그분이 우리와 함께 계신 임재의 복,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은 ‘성공’보다 ‘순종’을 원하십니다. 좋은 뜻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면 복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다른 사람의 축복을 통해 나를 깨우실 수 있습니다. 오벧에돔의 복은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초대장이었습니다. 진짜 축복은 하나님이 계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오벧에돔처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사람은 세상의 장막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의 집은 어떠한가요? 그곳에 하나님의 궤가 머물고 있습니까? 혹은, 우리가 너무 바빠 하나님을 밖에 세워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내가 네 집에 거하고자 하노라.” 그분이 들어오시면, 그 어떤 복보다 크고 깊은 평강이 우리 삶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복은 단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깨우기 위한 하나님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구약 성경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약에 나타난 복음 - 천천히 흐르는 실로아 물 (0) | 2025.10.15 |
---|---|
지혜로운 배우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 (0) | 2025.10.03 |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다 (0) | 2025.10.03 |
불의 풀무에서 연단하시는 하나님 (0) | 2025.09.29 |
가난한 자를 멸시하지 말라 (0) | 2025.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