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로마서 1:1)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음”이라는 단어는 ‘기쁜 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단순히 “복음" 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하나님의 복음”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복음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세상에는 수많은 ‘다른 복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복음, 인간 중심의 복음, 나의 유익을 위한 복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와 갈라디아교회를 향해 경고했습니다. “너희가 우리가 전한 예수가 아닌 다른 예수를 따르고, 다른 복음을 받아들였다”(고후 11:4). 그리고 이렇게 단호히 선언합니다.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갈 1:8). 그만큼 복음은 순수해야 하며, 인간의 의나 자존심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사람의 복음은 사람을 높입니다. 사람이 만든 복음은 늘 ‘나’에서 시작해 ‘나’로 끝납니다. “내가 예수 믿었더니 성공했다.” “기도했더니 병이 나았다." “헌금했더니 복을 받았다.” 이런 고백 속에는 은혜보다 인간의 자존심이 자리합니다. ‘내가 무엇을 해서 얻었다’는 성취감이 사람을 흡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복음은 사람의 영광을 세워줄 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언제나 인간의 자아를 깨뜨리고, 육의 자랑을 무너뜨립니다. 복음을 들으면 처음엔 아프고 괴로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은 우리 안의 ‘가짜 하나님’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나를 죽이고 하나님을 살립니다. 진짜 복음은 인간의 가능성을 끌어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무능과 죄를 드러내어, “너는 죽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선언으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이게 어찌 기쁜 소식일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죽음의 선언이 참된 자유의 시작입니다. 내가 죽지 않으면 절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데, 하나님이 친히 나를 대신해 죽으시고 다시 살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을 수 없기에, 예수께서 내 안의 ‘옛 나’를 십자가에서 끝내셨습니다. 그게 바로 복음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너희는 이제 다 죽었다. 너희의 생명은 그리스도 안에 감추어졌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복음, 인간의 종말이요,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불교의 핵심은 ‘깨달음’입니다. 수행과 정진을 통해 스스로 절대적 존재와 합일되어 극락에 이르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이 신에게 가는 길’입니다. 반면 복음은 정반대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오신 길’입니다. 인간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내려오심이 복음의 시작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신이 되도록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신이 인간이 되어, 죄인들을 구원하셨습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불교는 “내가 깨달으면 극락에 간다”고 하지만, 복음은 “내가 죽어야 하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불교는 ‘나의 수행’을 통해 신에게 다가가지만,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찾아옵니다. 복음은 인간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나’를 바라봅니다. ‘나는 얼마나 변화되었나’, ‘나는 얼마나 착해졌나’, ‘나는 얼마나 믿음이 성장했나.’ 그런데 그 순간, 우리는 ‘나’를 신앙의 주인 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상숭배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나’를 믿는 것입니다. ‘나의 천국, 나의 구원, 나의 평안’을 추구하는 신앙은 결국 ‘나’라는 우상을 섬기는 종교로 변질됩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그 ‘나’를 부수십니다. ‘나’의 영광을 깨뜨리시고, ‘그리스도’만 남게 하십니다. 그래서 복음은 죽음의 소식처럼 들리지만, 생명의 소식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생명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나를 자유케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진실로 알게 되면, ‘나의 노력’으로 살던 인생이 ‘그분의 은혜’로 바뀝니다. 더 이상 나의 행위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오직 “예수께서 나를 위하여 어떻게 하셨는가”만이 중요해집니다. 그것을 믿는 자에게 참된 쉼과 자유가 주어집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 하나님의 복음은 우리의 짐을 덜어주는 소식이며, ‘나’라는 옛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로운 피조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소식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인간의 종교를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은혜로만 서게 하는 복음입니다. 복음은 나를 변화시키는 수단이 아니라,나를 죽이고 하나님이 사시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이 복음이 내 안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합니다. 더 이상 내 영광을 세우려 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참으로 복음 안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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