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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속으로

하나님의 응답은 왜 더딘가 - 기도의 신비와 성숙의 길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0. 15.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놓고 기도합니다. 병이 낫기를, 가정의 문제가 풀리기를, 진로와 생계가 안정되기를, 그리고 하나님이 내 마음의 소망을 들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기도를 계속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에 부딪힙니다.
“왜 어떤 기도는 금방 응답되는데, 어떤 것은 아무리 기도해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내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자책하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거나, 마음 깊은 곳에서 서운함이 올라옵니다. 기도하면 평안해져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혼란과 갈등이 더 커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도의 응답에는
‘즉시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으며, ‘아예 다른 방식으로 응답되는 것’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겁니다. 도대체 어떤 기도는 왜 금세 이루어지고, 어떤 기도는 왜 오랫동안 응답되지 않는 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 이것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한 줄짜리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한 마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수많은 관계와 상황을 조정하셔야 합니다.

한 번 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하나님, 저에게 옷을 한 벌 주십시오.” 이 기도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난 과정이 필요합니다. 면화를 심는 농부가 있어야 하고, 그 면화를 재배하기 위한 농약과 비료, 날씨와 토양, 농기계와 운송수단, 공장과 기술, 연구와 산업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올의 실이 만들어지는 일조차 수많은 사람과 산업, 시간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기도도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 속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단지 우리의 개인적인 바람 하나를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관련된 요소를 조율하고 맞추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어떤 기도는 즉시 응답될 수 있지만, 어떤 기도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복잡한 구성과 연결고리들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철이 없는 아이가
“옛날에는 왜 굶었어? 라면 먹으면 되잖아.”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웃으면서 답할 것입니다. “그때는 라면이 없었단다.” 이처럼 인간의 이해는 제한적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세계에서조차 이렇게 쉽게 오해하는데, 하물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를 다 알 수 있을까요? 주님께서는 “너희가 땅의 일도 깨닫지 못하는데 하늘의 일을 어찌 알겠느냐”(요 3:12)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곧, 우리의 지식과 이성만으로 하나님의 응답의 원리와 시점을 판단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잊으셨거나 외면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오히려 가장 정확한 때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아직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우리의 기도 속에 얽혀 있는 수많은 연관된 요소들이 아직 맞물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응답이 늦어지는 동안, 하나님은 우리를 다듬으시고 성숙시키십니다. 때로는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더 깊이 신뢰하는 법을 배웁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무턱대고
“이것 주세요, 저것 이루어주세요”만 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버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그 기도는 성숙한 신앙의 완성입니다. 이 기도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하나님 뜻에 대한 절대적 신뢰의 표현입니다.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연관점들, 내가 측정할 수 없는 시간표와 과정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심을 믿는 것입니다.

기도 응답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는 신비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그 복잡한 이면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분의 신실하심을 의심하지 않는 믿음입니다. 기도할 때마다
“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질문보다 “하나님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계실까?”를 묵상해 보십시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배우고, 믿음이 깊어지고, 결국 하나님이 예비하신 가장 선한 응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라.”(마태복음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