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동행

행복한 동행을 만드는 사람들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8. 26.

신설동에 사는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결혼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녔고, 부부는 이문동에 있는 교회를 함께 섬기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성실하고 흠잡을 데 없는 가정이었습니다. 남편은 바람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고, 도박도 안 하고, 다달이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마음 한구석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단둘이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음악회나 영화관에 손잡고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일하고 예배드리고 밥 먹고 잠드는 반복이었습니다.

어느 주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차가 이상하게도 신설동 집을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 이 사람이 오늘 뭔가 준비했나?' 아내의 머릿속엔 순식간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습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뒀나 보다. 촛불 하나 켜놓고 나를 놀라게 해주려는 거겠지.' 혹시라도 이 꿈같은 상상이 깨질까 봐, 아내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조용히 미소만 지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10년 만에 찾아온 이 낭만적인 밤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동대문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방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좌회전 차선, 아내가 애써 태연한 척 물었습니다. "
여보…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남편은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응? 주유소." 그 한마디에, 10년치 낭만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내는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이런 멀대같은 사람이랑 내가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아야 하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뜨끔한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위기를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이 없을 뿐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진지하고 과묵한 사람을 배우자감으로 선호했습니다. 말수가 적고 묵직한 사람이 믿음직스럽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다릅니다. 친구처럼 편안하고, 유머 감각이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을 찾습니다. 부부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키우는 공동체를 넘어, 낭만과 재미가 있는 동행을 원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위험한 극단이 있습니다. 요즘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처럼, 오늘의 즐거움만을 좇으며 저축도 안 하고 벌어들이는 대로 다 써버리는 삶의 방식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여행 다니고, 놀러 다니고, 필요하다 싶은 건 다 채우면서 사는 겁니다.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이런 삶을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 극단도 똑같이 위험합니다. 인생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무드를 모르고, 즐길 줄도 모르고, 오직 일과 의무와 절약만 아는 삶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역시 잘 놀 줄 모르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삶에서 수많은 부부들을 만나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행복한 동행을 만들어가는 부부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행도 즐기고, 드라이브도 즐기고, 야외 나들이와 등산도 함께 즐길 줄 안다는 것입니다. 따분하게 사는 것보다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삶이 훨씬 풍요롭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용기를 내어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때, 배우자가 그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입니다.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자, 이 목사님은 아내의 나이에 맞추어 정성껏 꽃바구니를 주문했습니다. 예쁜 꽃들을 하나하나 골라 담아, 아내가 좋아할 만한 모양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퇴근길, 은근한 기대감을 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밤은 특별하겠지.' "
띵동~"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문이 열리고 아내가 나왔습니다.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내가 던진 첫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 "당신,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꽃바구니가 얼만데.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현금으로 주지." 그 순간 남편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십니까? 애써 준비한 정성이, 계산기 앞에서 무참히 부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이 남편이 다음 생일에도 똑같이 꽃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어느 부부가 오랜만에 큰마음을 먹고 외식을 나갔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평소보다 조금 거창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식사 도중 아내가 말했습니다. "
집에서 해 먹으면 몇 푼 안 드는데, 괜히 이런 데서 돈 쓰고 있어. 이 돈이면 며칠은 반찬값이 나오겠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시는 외식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차라리 회사에서 자신의 작은 배려에 고맙다고 웃어주는 동료에게 밥 한 끼 사주고 마음이 편해지는 쪽을 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배우자를 향한 마음은 계산기로 잴 수 없습니다. 꽃 한 다발의 가격, 외식 한 끼의 비용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의미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쓰고, 정성을 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것입니다. 돈으로만, 현실적으로만 따지며 살아가는 습관은 결국 배우자의 마음을 닫아버리게 만듭니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낭만을 만들 줄 모르는 배우자들에게도 도전을 줍니다. 결혼 10년이 되도록 외식 한 번 하지 않은 남편처럼, 우리도 혹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실하게 돈 벌어다 주는 것만으로 부부의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기념일과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뭔가 기억에 남는 추억 하나쯤 만들어주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밋밋한 일상에 작은 양념을 치듯, 때때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이 부부 동행을 훨씬 맛깔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 신앙의 근본을 돌아보아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방식은 결코 계산적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만 주신 것이 아니라, 독생자를 내어주기까지 넘치도록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받은 우리가, 정작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게는 인색하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얼마나 모순된 일입니까?

주유소로 향하던 남편도, 꽃바구니에 핀잔을 들은 목사님도, 결국은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혹은 상대방의 정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잊어버렸을 뿐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부부님들께 작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주,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좋습니다. 배우자에게 작은 꽃 한 송이를 건네보십시오. 혹은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 들인 저녁 한 끼를 준비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정성 앞에서, 계산기 대신 미소로 화답해 보십시오.
낭만은 사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