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매장을 옮길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도, 잠시도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던 가게 주인이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말을 걸었습니다. "두 분, 정말 금실이 좋으신가 봐요. 어떻게 그렇게 항상 손을 잡고 다니세요?" 남편은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손을 잡고 있어야 집사람이 딴 데로 새지 않거든요. 이게 아내 충동구매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몸부림이었던 셈입니다.
이 남편의 한숨에는 오랜 세월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엔 부드럽게 말했을 것입니다. "여보, 이번 달엔 좀 아껴 쓰자." 그래도 안 되니 목소리가 커졌을 것이고, 그래도 안 되니 결국 손을 잡고 다니는 물리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잔소리로도, 다툼으로도 바뀌지 않았던 습관이 결국 부부 사이의 오래된 갈등거리로 남아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웃어넘기기 전에 한 가지를 짚어봐야 합니다. 이 부부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손을 붙잡는 임시방편이었을까, 아니면 함께 앉아 재정에 대해 배우고, 소비 습관에 대해 대화하고, 서로의 마음이 무엇을 채우려 하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을까요? 아마 후자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부가 그 자리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더 나은 길이 분명히 있는데도, 지금 아는 방식 안에 그냥 머물러버립니다.
사람에게는 익숙한 세계에 머무르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는 에너지가 듭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지금까지의 방식을 내려놓아야 하고, 낯선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익숙한 방식으로 계속 부딪히는 쪽을 택합니다. 손을 잡는 것으로, 잔소리로, 체념으로 말입니다.
달라스신학교의 교수였던 하워드 헨드릭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당신이 오늘 배우는 것을 멈춘다면, 내일로 이끄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이 말은 단지 지식을 쌓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내일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오늘에 붙박여버린다는 뜻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성장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끝없는 학습의 과정입니다. 태어나서 걷는 법을 배우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며 우리는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배우기를 멈춥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인 부부 사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원래 이래", "나도 원래 이래"라는 말로 서로를 규정해버리고,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 달씩 밤을 새우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십수 년을 공부하고,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붓습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 스터디는 열심히 하면서,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한 대화법은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업무 매뉴얼은 몇 번이고 정독하면서, 배우자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는 물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가정이 흔들리는 이유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오래, 가장 깊이 함께해야 할 관계를 위해서는 정작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의 취향, 습관, 말투 하나까지 알아가려고 애썼으면서, 결혼하고 나면 "이제 다 알았다"고 생각하며 배움을 멈춰버립니다. 그러나 사람은 계속 변하고, 관계도 계속 변합니다. 어제 통했던 방식이 오늘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평생 서로를 다시 배워가야 하는 사이입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을 잡고 다니는 대신, 함께 가계부를 펴놓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물건을 살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나한테 얘기해줄 수 있어?" 하고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충동구매 뒤에는 스트레스가, 채워지지 않는 인정 욕구가, 혹은 단순한 습관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 부부는 손을 붙잡는 대신 서로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부부 관계의 핵심입니다. 부부란 서로를 통제하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이입니다.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갈등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서로 다른 사랑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럴 때 결혼 생활은 정체된 습관의 반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여정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나은 부부의 삶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길로 들어서기를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방식, 알고 있는 세계 안에 머무르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오늘부터라도 배우자에게 배우는 사람이 되어보십시오. 배우자의 말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물어보십시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요즘 마음이 어떤지, 무엇이 힘든지, 전문 지식을 익히듯, 취업을 준비하듯, 그만큼의 정성으로 부부 관계를 배워가십시오. 그것이 하워드 헨드릭스가 말한, 오늘의 배움이 만들어내는 내일입니다. 그리고 그 내일은, 더 이상 손을 붙잡아야만 안심되는 관계가 아니라, 마음이 이미 하나로 묶여 있어 손을 놓아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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