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 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지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를 육지로 걸어가고 물은 그들의 좌우에 벽이 되니 애굽 사람들과 바로의 말들 병거들과 그 마병들이 다 그들의 뒤를 추격하여 바다 가운데로 들어오는지라 새벽에 여호와께서 불과 구름 기둥 가운데서 애굽 군대를 보시고 애굽 군대를 어지럽게 하시며 그들의 병거 바퀴를 벗겨서 달리기가 어렵게 하시니 애굽 사람들이 이르되 이스라엘 앞에서 우리가 도망하자 여호와가 그들을 위하여 싸워 애굽 사람들을 치는도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바다 위로 내밀어 물이 애굽 사람들과 그들의 병거들과 마병들 위에 다시 흐르게 하라 하시니 모세가 곧 손을 바다 위로 내밀매 새벽이 되어 바다의 힘이 회복된지라 애굽 사람들이 물을 거슬러 도망하나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들을 바다 가운데 엎으시니 물이 다시 흘러 병거들과 기병들을 덮되 그들의 뒤를 따라 바다에 들어간 바로의 군대를 다 덮으니 하나도 남지 아니하였더라."(출애굽기 14:21~28)
우리는 인생의 벼랑 끝에 서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마치 앞에는 넘실거리는 홍해가 있고, 뒤에서는 애굽의 군대가 칼을 들고 돌진해 오는 절망적인 순간처럼 말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현실을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의 길목에서 맞이한 이 상황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투영하는 깊은 진리입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남쪽 벽에 그려진 코시모 로셀리의 프레스코는 이러한 긴박한 순간을 웅장하고도 상징적으로 묘사합니다. 성경 출애굽기 14장을 시각화한 이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닙니다. 구원과 심판, 빛과 어둠, 두려움과 찬양이 충돌하는 영적 무대입니다. 화면 왼편에는 지팡이를 든 모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민족을 인도하며, 홍해 앞에 선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수금을 든 여인, 누이 미리암이 하나님의 구원을 찬양하며 노래합니다. 하나님의 역사 앞에서 입을 다물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이 그녀의 표정과 자세에 스며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장면 한가운데 세워진 기둥 하나입니다. 출애굽기 14장 19절에서 언급되는 “구름기둥”을 로셀리는 실제 기둥으로 형상화하여, 이스라엘과 애굽 사이의 경계를 표현했습니다. 이 기둥은 단지 물리적 구분선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 구원과 심판, 하나님의 백성과 하나님의 대적을 가르는 선명한 기준입니다. 또한 화면의 오른편, 어두운 색조로 칠해진 애굽의 궁전 앞에는 모세의 또 다른 모습이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는 바로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전하며 민족을 이끌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입니다. 하나의 화면에 다른 시간대를 나란히 배치하는 중세적 이야기 기법은, 이 한 순간이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긴 여정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하나님은 모든 순간을 엮어 구원의 큰 이야기를 직조하고 계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의 중심은 결국, 바다가 갈라지는 순간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바다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바다 가운데 길을 내십니다. 이 기적은 단순히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 소망을, 죽음 속에서 생명을, 닫힌 문 속에서 열린 문을 보여주는 구속의 행위입니다.
이처럼 모세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입니다. 히브리서 10장 1절은 구약의 모든 율법과 사건이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그림자”라고 설명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백성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구원해 낸 것처럼, 예수님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건져내셨습니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예수님은 자기 육체를 찢어 하늘로 가는 길을 우리 앞에 여셨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구원의 역사 앞에서 백성들의 반응입니다.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이르기를 우리를 버려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였나이까?”(출 14:12) 그들은 하나님보다 눈앞의 상황을 더 크게 보았고, 결국 모세를 원망하며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는 오늘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난 앞에 우리는 종종 남을 탓하고, 자신을 자책하며, 때로는 하나님께 실망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대답은 간결합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 14:14) 이것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믿고 맡기라’는 명령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싸우신다는 확신, 그 믿음 안에서 불안한 손을 내려놓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자세입니다. 믿음은 활동보다 깊은 신뢰를 요구합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간은 우리가 멈추는 시간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0장 13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바다 한가운데 길을 내시는 하나님은 지금도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우리를 위해 길을 여십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구원의 기둥을 세우시고, 우리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에도 묵묵히 우리 곁에서 싸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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