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21:1~13
1여호와여 왕이 주의 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주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크게 즐거워하리이다
2그의 마음의 소원을 들어 주셨으며 그의 입술의 요구를 거절하지 아니하셨나이다 (셀라)
3주의 아름다운 복으로 그를 영접하시고 순금 관을 그의 머리에 씌우셨나이다
4그가 생명을 구하매 주께서 그에게 주셨으니 곧 영원한 장수로소이다
5주의 구원이 그의 영광을 크게 하시고 존귀와 위엄을 그에게 입히시나이다
6그가 영원토록 지극한 복을 받게 하시며 주 앞에서 기쁘고 즐겁게 하시나이다
7왕이 여호와를 의지하오니 지존하신 이의 인자함으로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8왕의 손이 왕의 모든 원수들을 찾아냄이여 왕의 오른손이 왕을 미워하는 자들을 찾아내리로다
9왕이 노하실 때에 그들을 풀무불 같게 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진노하사 그들을 삼키시리니 불이 그들을 소멸하리로다
10왕이 그들의 후손을 땅에서 멸함이여 그들의 자손을 사람 중에서 끊으리로다
11비록 그들이 왕을 해하려 하여 음모를 꾸몄으나 이루지 못하도다
12왕이 그들로 돌아서게 함이여 그들의 얼굴을 향하여 활시위를 당기리로다
13여호와여 주의 능력으로 높임을 받으소서 우리가 주의 권능을 노래하고 찬송하게 하소서
시편 21편은 왕의 승리와 영화로움에 대한 감사의 노래입니다. 그러나 그 핵심은 단순히 한 왕의 성공담에 있지 않습니다. 그 뿌리는 왕이 어디에 의지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7절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왕이 여호와를 의지하오니, 지존하신 이의 인자함으로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왕이 권력과 군사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자와 사랑에 붙들려 있기 때문에 그는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참된 리더십의 안정성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하나님의 뜻과 통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만일 한 나라의 백성들이 이렇게 기도한다면 어떨까요? “주여, 우리의 지도자가 주님만 의지하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에 잇닿아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그런 시대라면 참으로 행복하고 평안한 시대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백성의 기도가 언제나 지도자를 세우는 힘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때때로 백성의 울부짖음과 원망은 권력을 무너뜨리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남명 조식은 이런 통찰을 남겼습니다. 그는 당시 정치가 하늘의 뜻과 어긋났다고 보고, 백성의 마음을 얕보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왜냐하면 백성의 마음은 곧 하늘의 뜻과 통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 「민암부(民菴賦)」에는 이런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백성은 나라를 엎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말입니다.
남명은 강조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원한, 한 여인의 하소연이 처음엔 하찮게 보일 수 있지만, 끝내는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대신 갚아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원한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감히 하나님을 대적할 자가 없는 것처럼, 백성에게 신임을 잃은 왕도 망하게 되는 법이라는 것입니다.
남명의 통찰은 시편 21편과 깊이 연결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왕은 흔들리지 않지만, 하나님을 거스르는 왕은 결국 백성의 마음과 하나님의 뜻을 동시에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순간 리더십은 기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리더십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히 정치적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고, 그 결과 백성과의 신뢰도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하나님을 대적할 때, 하나님은 백성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갚으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왕과 백성이 모두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서야 함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권력이나 화려한 업적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뜻이 통하는 겸손함입니다.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리더십입니다. 시편 기자의 기도는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능력으로 높임을 받으소서. 우리가 주의 권능을 노래하고 찬송하게 하소서.”(13절)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우리 시대의 리더들이 당신을 의지하게 하소서. 하나님, 지도자들이 백성의 눈물을 얕보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의 사회가 하늘의 뜻과 통하는 길을 걷게 하소서.
왕이든 지도자든, 결국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은 권세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을 떠난 리더십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잇닿아 있는 리더십은 끝내 견고히 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눈길은 사람의 힘과 능력보다, 그 사람을 붙드시는 하나님께 향해야 합니다. 그분이야말로 참된 통치자이시며, 백성의 원한과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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