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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글328

어느 묘비명에 적힌 시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움과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면서 사느니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영혼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 여겨 죽어서 편히 쉬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내 상태를 부러워할 만큼 암울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이 시가 부르는 대상은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 삶은 충만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며, 얻지 못한 것들인 돈, 아름다움, 사랑을 끝없이 갈망합니.. 2025. 12. 21.
고린도전서 - 결핍을 채우려는 신앙 "너희가 모든 은사에 부족함이 없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림이라. 주께서 너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하게 하시리라."(고린도전서 1:7~8)사람은 흔히 스스로를 “결핍의 존재”라고 느낍니다.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성품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믿음마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채우려 합니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더 성숙해야 한다고, 더 믿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문제는 이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신앙의 이름을 쓰고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는 데 있습니다. 교회가 어느 순간부터 복음을 전하는 자리라기보다, 인간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는 공간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 2025. 12. 21.
어둠보다 먼저 깨어 있는 것 - 희망 희망은 언제나 환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이 켜지기 직전, 아직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서성입니다. 세상이 변하기 전, 상황이 나아지기 전, 아무런 징조가 보이지 않을 때 희망은 이미 깨어 있습니다. 사람의 눈이 아직 잠에 취해 있을 때도, 희망은 졸지 않습니다. 믿음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보이는 것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신뢰하며 한 발을 내딛는 힘입니다.희망은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에서 자랍니다. 버섯 안쪽의 주름처럼, 감자의 움푹 들어간 눈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생명은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식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세상은 강한 것을 통해 일하지만, 하나님은 약한 것을 들어 강한 .. 2025. 12. 20.
최고의 노래 사람은 늘 무언가를 듣고 삽니다. 말소리, 음악, 뉴스, 평가와 비교의 소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자기 목소리까지. 우리는 소리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살아가며, 더 좋은 소리, 더 감동적인 노래, 더 강렬한 자극을 찾아 헤맵니다. 그래서 ‘최고의 노래’라고 하면 보통은 뛰어난 가창력이나 화려한 선율, 많은 사람을 울린 어떤 명곡을 떠올립니다.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깊이 남는 노래는 의외로 아주 작고 소박한 소리일 때가 많습니다. 이른 아침,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에 들려오는 새소리. 산책길에서 문득 귀에 스며드는 한 마리 새의 울음. 그 소리는 기술도 없고, 연습도 없고, 무대도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붙듭니다. 그 이유는 그 소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소리를 둘러싼 고요가 있기 때문입니다.새.. 2025. 12. 20.